나의 일상 이야기

냉장고 서리범들 ..

레스페베르 2024. 8. 10. 15:30

오래간만에 몇 가지 밑반찬을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뒀다. 한 3~4일은 메인요리만 하면 되겠다 싶어 식사준비에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싱크대볼안에 전날 웍 하나에 가득 볶아둔 감자채볶음이 빈통으로 나와있다. 감자값, 당근값 비싸서 손 떨며 사서 아껴먹던 건데 이게 뭔 일이래. 알고 보니 전날밤 숙제하던 야행성 큰애가 냉장고를 뒤졌고 감자채볶음 한 통을 전부다 냠냠해버린 거다. 헐~ 반찬 해둔 거 다 먹었다고 뭐라 했더니 자기네 먹으라고 만든 거 먹은 건데 왜 뭐라 하냐며 엄청 억울해한다. 아무 데나 먹으라고 했나. 적당한 장소와 적당한 시간에 먹으라고 한 거지.

양념이랑 김치류나 젓갈류-명란젓 빼고-가 아니면 냉장고에 남아나는 게 없다. 반찬만 그런 게 아니다. 장을 봐서 식재료를 쟁여놓으면 참치도 스팸도 소시지도 라면도 감자도 어묵도 반찬이 되기 전에 사라진다. 서방은 나더러 자꾸 숨겨놓는다 뭐라 하지만 몇 개라도 비상용으로 킵을 해놓지 않으면 급할 때 반찬거리가 전혀 없는 상황이 생기니 나로선 어쩔 수가 없다.

어릴 적에 엄마가 소풍 간다고 김밥을 싸거나 우리가 좋아하는 반찬을 만들어두면 옆에서 다 집어먹는다고 뭐라 했었었다. 도시락 싸야 하는데 다 먹어버리면 뭘로 도시락 싸냐고 말이다. 그땐 어차피 나중에 우리가 먹을 거 지금 먹는 건데 뭘 뭐라고 하나 이해를 못 했는데 주부가 되니 이젠 알겠다. 아까 반찬 먹었다고 저녁밥상에 김치랑 밥만 놓을 수는 없는 거니까. 나름 생각해 둔 밥상세팅이 있는데 냉장고가 텅~ 이이거나 사다 논 가공식품들이 고스란히 사라지고 없으면 진짜 어이없다. 내가 뚝딱뚝딱 김치 하나만으로도 뭔갈 만들어내는 그런 요리고수도 아니고 말이다. 살다 보니 별의 별것을 다 이해하게 되네..

그나저나 냉동고속의 날치알도 몇 개 안 남은 거 보니 작은애가 야금야금 다 꺼내먹었나 보다. 냉장고에 남아있던 명란젓도.. 아휴.. 또 장 보러 가야겠다. 마트에 있는 모든 것들이 다 비싼데 뭘 또 사놔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