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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한창 늦은 식사준비 하느라 바쁜데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다. 뭐하고 있어? 저녁 하지~ 그랬더니 대뜸 작은애 뭐하냐면서 작은애를 바꿔달란다. ?? 뭔일이래? 우리 엄마랑 아빠는 손주들에게 따로 전화해서 안부를 묻고 하는 그런 다정다감한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니다. 별일이다.
지 아빠랑 놀고있던 작은애가 전화를 받더니 뭐라뭐라 혀짧은 소리 몇 마디를 하고선 전화를 갖다줬다. 여보세요 하니 벌써 끊겼다. 작은애한테 할머니가 뭐라 했냐니 어떤 야구점퍼가 갖고싶었냐 물어봤단다. 헐~ 이다.
오전에 동생이 우리집 근처 문화센타에 왔었다. 일일강좌 하나를 듣고 나랑 차 마시고 점심 먹고 놀다가 작은애 하교시간이 되서 데리러 같이 갔었다. 하교한 작은애 간식 사준다고 쇼핑몰에 같이 갔다가 동생은 조카 티셔츠 두 개를 샀다. 그런데 그 사이에 돌아다니던 작은애가 근처 옷매장에 디피되어 있던 검정색 야구점퍼를 보고선 예쁘다~ 를 연발하며 애교를 부렸다. 참고로 나랑 서방은 그런 스타일 안 좋아한다. 당연히 거절. 그러니 작은애는 마침 계산을 마치고 나오던 동생한테 이모이모 저거 너~무 예쁘지 하면서 동조를 구했던거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하면서 데리고 나와 간식 먹고선 동생은 집에 갔고 나는 집에 와서 애 씻기고 저녁 준비를 했다. 그러고 있는 와중에 엄마가 전화해서 그런거다.
나는 까맣게 잊어버렸었다가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 바로 동생한테 전화했다. 동생은 작은애가 예쁘다고 한 야구점퍼를 못 사준게 너무너무 속이 상하고 마음이 안 좋았단다. 그때 마침 엄마한테 전화가 와서 그 속상한 마음을 얘기한거고 그 얘길 들은 엄마도 덩달아 속상해서 당장 작은애한테 전화한거고. 뭘 그렇게까지 그래~ 라는 내 말이 위로가 안 된단다.
큰애 어렸을때는 동생이랑 엄마랑 아빠가 백화점에서 큰애옷을 계절별로 사다날랐었다. 덕분에 난 큰애옷을 별로 사보질 않았었다. 작은애 어렸을때는 아빠가 퇴직도 하셨고 또 이래저래 크고작은 사건들로 경제적인 부침이 있었었고 동생도 회사를 그만뒀어서 큰애 어렸을적 만큼은 뭘 많이 사주질 못 했었다. 그래도 어쨌거나 동생은 사서도 선물하고 만들어서도 자주 선물해줬다. 그리고 지금은 자기도 애를 키우니 당연히 예전처럼은 못 하는거고. 그건 당연한건데..
요즘 세입자보증금건으로 있는 돈, 없는 돈 닥닥 긁다보니 지갑은 텅텅 비고 이래저래 마음이 허한데 조카한테 점퍼 하나 그 자리에서 못 사주는게 그렇게 서럽고 미안했나보다. 엄마도 그렇고 둘이서 아주 청승을 떨고 있다. 그렇게 따질것 같으면 나는 그렇게 우리 애들 챙김 받았으면서 그 반의 반도 조카한테 못 베풀고 있는데 말이다. 나도 그래서 항상 그게 미안하다. 나중에 꼭 이란 말로 미안함을 표시해보지만 부족하다는거 안다. 그래서 적어도 꼭 챙겨야하는 때만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고 챙기려고 노력한다.
어쨌거나..
엄마는 다음 주 작은애 학원 없는 어느 하루를 골라 작은애 야구점퍼를 사주러 오겠단다. 그래야 마음이 좀 편해지겠다나. 다들 난리법석이다. 그래서 나도 오늘 조카가 갖고싶어하는 산리오 캐릭터가 그려진 수저통을 사러 쇼핑몰에 가야겠다. 4월달에 사주겠다고 했지만 그렇게 노래하고 있는데 몇 일 좀 빨리 카드 긁는다고 세상이 무너질까 ^^ 자고로 다 때가 있는 법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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