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애는 지금 중간고사가 코앞이다. 그러다보니 원래도 학원이 끝나는 시간은 10시, 11시인데 이젠 그냥 11시가 넘는게 기본. 거기다 주말까지 학원에서 시험대비 보강들을 하니 한 주 내내 가족들이 같이 저녁 한 끼 먹을 시간이 없다. 그렇지만! 다른 날은 몰라도 생일날은 그렇게 넘어갈 수 없었다. 이번 큰애 생일날은 평일 하필 그것도 제일 늦게 끝나는 수학학원이 있는 날이다. 작은애랑 서방이랑 같이 초저녁에 미리 간단하게 군것질을 했다. 그리곤 큰애 귀가시간을 맞춰서 새로 밥 하고 미역국 끓이고 조기 굽고 잡채 무치고 미리 재둔 갈비까지 구워서 한상 가득 차려냈다. 밤 11시 20분에서야 간만에 온 식구가 다 모여서 따끈따끈한 저녁밥을 먹은 거다. 밥 먹고선 12시전에 얼른 케이크에 초 꽂고 생일축하 노..
예전부터 서방한테 나 생일때는 투썸플레이스에서 케이크를 사달라고 노래를 불렀었는데 얼마전 생일때 용케 챙겨가지고 왔다. 파리바게트나 뚜레쥬르처럼 가면 있는줄 알고선 당일날 사러가서 몇 번 허탕치더니 이제서야 제대로 그 시스템을 이해해서 생일 이틀전에 미리 주문하고 당일날 찾아가지고 온거다. 딸기케이크를 좋아하는 큰애랑 초코케이크를 좋아하는 작은애 취향이 짬뽕된 스트로베리초콜릿생크림 케이크. 사진하곤 다르게 딸기토핑이 엄청 부실했다는 후기가 있어서 걱정했는데 서방이 가져온건 토핑으로 올라간 딸기가 제법 실하고 꽉꽉 채워져있었다. 우리집 거실등이 전구빛이라 그런건지는 몰라도 진짜 너무 예뻐서 손대기가 아까울정도.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더니 너무 달지도 않고 촉촉한게 맛까지 좋아서 나도 애들도 꽤나 만족..
아침부터 일어나서 어제 밤에 물에 담가둔 쇠고기를 꺼내서 삶고 찢어서 양념해서 볶아서 서방이 제일 좋아하는 쇠고기미역국을 끓였다. 엄마한테서 업어온 엄마표 특제육수까지 부어서 폭폭 끓였더니 국간장 조금만 넣었는데도 맛이 진하고 깊다. 언젠부턴가 소홀해진 생일 아침상 차려주기. 한번 두번 그냥 넘어가다가는 습관될까봐 아침잠 유혹 뿌리치고 새벽 일찍 일어난 보람이 있다. 한 그릇 다 비우고선 기분좋게 출근하는 서방이랑 애들 다 보내고 설겆이 하고 집정리 대충 마무리. 감기몸살중인 나를 위한 레몬차 한 잔 끓여서 소파에 앉았다. 이제서야 숨이 좀 돌아오네.. ^^ 오전에 꼭 해야할 중요일과 끝!
몇 일전 아침에 어머니가 전화를 하셨다. 주말에 오신단다. 작은애 생일때 수수팥떡을 직접 해주시려는 거다. 어머니는 결혼한 바로 그해부터 항상 집안행사때마다 집에서 직접 떡을 쪄오셨다는데 이제는 나이들어서 힘드시다며 몇 년전부터는 방앗간에서 주문하신다. 그렇지만 유일하게 어머니가 직접 떡을 하시는 때가 있는데 바로 손자, 손녀 생일날마다 하는 수수팥떡이다. 손자, 손녀들이 10살 생일이 될때까지 해마다 떡쌀부터 수수, 팥등을 좋은것들로 골라서 사고 찌고 해서 만드시는데 아프지말고 건강하게 잘 자라라는 의미가 담긴 떡이니 그 맛보다 의미가 더 깊은 떡이다. 형님네부터 이제까지 죽 이어져오다가 다들 10살이 넘으면서 몇 년전에 졸업했고 이제 우리집도 큰애는 작년에 끝나고 작은애 한 명만 남았다. 형님네는 다..
아침예약이 있어 일찍 출근한 서방한테서 전화가 왔다. " 생일 축하해. 생일 아침상 못 차려줘서 미안해. 저녁에 맛있는 것 먹자. 뭐 먹고 싶어? " " 나 생일이야? 오늘이 생일이었나? " " … " " 웬일이야. 나 몰랐어.. ^^ " " … 왜 그래 … 그러지 말자. 왜 그러니..T.T " 근데 정말로 아예 생각 자체를 못 했었다. 서방은 미안해했지만 화가 나거나 삐치지도 않았다. 사실 요새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었다. 달력을 보면서도 애들 준비물, 소풍, 행사 같은 것만 신경썼지 그 외에는 달력에 동그라미 표시가 있어도 그냥 눈으로만 보고 넘겼다. 머리에 기억이 안 남는거다. 지난번 결혼기념일에는 저녁 먹고 뒷정리까지 마무리한 뒤에 큰애 소풍날을 점검하다가 달력에 결혼기념일 표시한 걸 봤다. 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