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애가 안경을 맞춘 지 꽤 오래됐다. 드림렌즈를 착용하면서부터 안경을 안 썼으니 벌써 3년은 족히 지났을 거다. 드림렌즈를 착용하면 안경, 렌즈 사용 없이 자기 눈으로 생활할 수 있으니 무척 편하지만 동시에 밤에 렌즈 착용을 못 하는 경우는 대략 난감의 상황이 된다. 눈이 원래의 자기 시력으로 돌아가는 데는 대략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데 그동안은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시력이기 때문이다. 중간치를 예상해서 안경을 맞출 수도 없다. 매일매일이 달라지니까 말이다. 이번에 수학여행 일정이 나오면서부터 큰애는 계속 안경타령을 했었다. 집이 아닌 곳에서 더구나 친구들이랑 노는데 드림렌즈를 시간 맞춰 하기가 무리이긴 했다. 하지만 2박 3일의 일정이면 안경의 도수와 본인 시력이 안 맞기 때문에 굳이? 서둘러서?..
아침마다 작은애 머리 빗기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머리가 길고 숱도 많다 보니 기존에 쓰던 헤어방울이 이제는 사이즈가 안 맞는 일도 부지기수다. 실컷 빗질해서 헤어방울을 돌리다 보면 고무줄의 길이가 부족하거나 헐렁하거나 그런다. 아직 한창 자랄 때라 그런 건지 머리숱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덕분에 샤워하고 나면 작은애 머리 드라이하는 게 한 세월이다. 다들 기피하는 중노동이다. 작은 애라면 간이랑 쓸개랑 다 내줄 것 같은 서방도 작은애 머리 말리는 건 절대 사양이다. 찰랑찰랑 보송보송하게 잘 말려주지 않으면 잔소리는 덤이다. 고생하고 좋은 소리도 못 들으니 싫을 수밖에. 아까 샤워하고선 내 머리를 말리면서 손에 잡아보니 한 줌도 채 안 된다. 작은애 1/3 쯤이나 되나 싶다. 언제 이렇게 줄었지? ..

작은애가 피아노콩쿠르에 나갔다. 피아노학원을 다닌 지 3년이 채 안 됐다. 그래서 아직 한 번도 어디에 나가본 적이 없기에 좋은 경험이 될 거라 생각했다. 작은애한테 의향을 물어보니 안 하겠다고는 안 하는 거다. 한 번 해보고 싶었나 보다. 다들 잘한다고 칭찬하니 은근히 자랑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날이 정해지고부터 학원에서도 집에서도 열심히 연습을 했다. 그런데 자꾸 틀리는 부분이 생기니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는지 가끔 뾰족해졌다. 처음이니까 그저 경험해 보는 거다 생각하라고 해도 편하게 생각하기가 힘든가 보다. 작은애 성격상 안 하면 몰라도 하기로 한건 잘해야 직성이 풀린다. 거기다 한술 더 떠 큰애가 자긴 최우수상 받았었다며 자꾸 약을 올렸다. 큰애는 유치원 때부터 다녔으니 뒤늦게 시작한 작은애보다..
큰애입이 툭 튀어나왔다. 토요일 저녁에 밤늦게 귀가한 걸로 지 아빠한테 한소리 들은 것 때문이다. 평소에 놀러 나갈 때는 내가 항상 동행하는 친구이름이랑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몇 시에 귀가할 건지, 그리고 중간중간 위치확인을 하는데 하필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날은 그 모든 걸 다 빼먹었다. 거기다 큰애까지 전화를 충전 안 하고 그냥 나갔다가 배터리가 없어서 전화도 꺼져버렸고 보조배터리를 잊어먹어서 충전도 못 했단다. 낮 온종일 전화 한 통 없었는데 나도 그날따라 오전, 오후 모두 전화를 안 해봤다. 쩝.. 큰애는 밤 11시가 조금 늦어 귀가를 했는데 내가 밤 10시가 넘어서 첫 전화를 했을 때 전화가 꺼져있다는 안내가 나왔다. 아마 배터리가 없어서 꺼졌나 보다 싶으면서도 그때부터 무지하게 걱정이 되기 시..
저녁을 준비하기 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서방도 일찍 퇴근을 했고 작은애도 하원해서 놀고 있었다. 조금만 쉬었다가 저녁 해야지. 큰애한테서 전화가 왔다. 야자 중에 화장실을 갔는데 또 혈뇨가 나왔다는 거다. 잠시의 평온함이 와장창 깨졌다. 7월 중순경의 혈뇨로 1차 병원부터 3차 병원까지 어렵게 순회하고 마무리된 게 아직 한 달도 안 지났는데 또 혈뇨라니. 오후 5시 30분이 넘은 시간이었다. 원래 다니던 비뇨기과는 진료가 끝났고 대부분의 병원들도 진료 마감이 코앞이었다. 그렇다면 응급실로 가야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병원전산이 다운되는 바람에 모든 절차가 수기로 진행이 돼야 해서 많이 늦어진단다. 그래도 어찌어찌 접수하고선 다시 소변검사, 혈액검사를 하고 X-ray를 찍었다. CT는 찍은..

다시 또 열흘이 지났다. 드디어 검사결과를 확인하는 날이다. 큰애는 학교에 가야 하니 나 혼자 다녀오기로 했다. 치료를 하더라도 어차피 당일부터 시작하는 건 아니니까 괜찮을 거다. 좋으면 문제없는 거고 안 좋으면 필터링해야 하니까. 접수를 하고선 대기하는 시간. 가슴이 방망이질하는 것 같다. 안 좋으면 어쩌지?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드디어 호명. 한참을 컴퓨터 모니터를 보던 교수님 입에서 이상 없네요 라는 말이 떨어졌다. 아~ 살았다 싶었다. 소변검사, 혈액검사 결과도 깨끗하고 CT 상으로도 혈관, 요로 모두 다 정상이란다. 천만다행이다. 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소변검사만 한 번씩 하라고 했다. 아유, 당연합니다. 이상이 없다는데 나머지야 그게 뭐든 하라는 건 다 하겠습니다 싶었다. 인사를 하고 나..
드디어 그날이 왔다. 오후 4시 30분 CT 촬영이라 애는 최대한 늦게 깨웠다. 물도 못 마시는데 비몽사몽이 최대한 오래인 게 좋겠다 싶었다. 방학기간인게 천만다행이다. 병원에 도착해서 접수, 수납하고 바로 지하 영상촬영실로 내려갔다. 큰애는 배도 고프고 목도 마르고 조영제를 투입하기 위해 꽂은 주삿바늘도 아프니 완전 죽을상이다. 어쨌거나 가슴 조이던 검사가 끝나고 나니 배고프고 목말라 죽겠단다. 일단은 뭘 먹이고 집으로 가야겠다. 지하에 있는 식당에 가서 뭐 먹을래 하니 김밥이랑 라면을 고른다. 그리곤 자기 카드를 준다.. @o@ 자기 때문에 엄마 고생했으니 커피는 자기가 사주겠단다. 많이 컸네. 용돈으로 엄마 커피도 사주고. 밥을 먹고 출발하는데 작은애가 학원 끝나고 혼자 귀가했다고 전화가 왔다. 여..
나사렛에서의 결과가 나왔다. 이상 없음. 혈액도 소변도 깨끗하다고 했다. 혈뇨도 없고 단백뇨도 없단다. 소아청소녀과 의사 선생님은 첫 소견대로 CT상 안 보이는 결석으로 인한 혈뇨였던 것으로 생각이 된다고 했다. 광명 중앙대병원 예약한 얘기를 했더니 3차 병원에서의 정밀한 CT를 한 번 찍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며 소견서를 써주었다. 1차 비뇨기과의원이랑 나사렛에서 받은 소견서와 검사결과지, 영상 CD를 챙겨 7월 31일. 드디어 3차 병원에 도달했다. 오전 일찍이라 혹시 늦을까 새벽부터 서둘렀는데도 병원엔 환자들이 많았다. 예전에 아빠가 인하대병원이랑 강남성모병원에 입원했을 때 다녀본 것 말고는 이런 대형병원은 진짜 오랜만이었다. 그것도 이젠 내가 보호자란다. 키오스크에서 접수번호표 뽑고 접수처에서..
나사렛국제병원에 내원했다. 소아청소년과 교수님은 친절했고 1차 병원에서 가져간 소변검사 결과지를 보고선 본인의 소견을 얘기해 줬다. 아마도 CT상으로 보이지 않는 작은 결석으로 인한 혈뇨였을 것으로 보이며 혈뇨가 있는 경우 혈장단백질로 인해 일시적인 단백뇨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우선은 여기서 다시 한번 소변검사와 혈액검사를 해서 그 결과를 보고 얘기하자고 했다. 만약 신장 쪽에 문제가 있다면 소아청소년과와 신장내과의 협진으로 치료가 될 거고, 그렇지만 그럴 것 같지는 않다고도 얘기했다. 이어지는 검사. 피 4병을 뽑고 소변을 받아서 제출했다. 결과는 다시 일주일 뒤에 나온다고 했다. 기다리는 시간은 진짜 피가 마른다. 일각이 여삼추다..
가슴 조이며 일주일을 보내고 검사결과를 들으러 갔다. 그동안 처방받은 약을 먹어서인지 혈뇨나 통증은 없어져서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혹시나 혹시나 싶어서 내내 불안했다. 특히나 결핵이 걸렸다. 우리나라에 결핵환자들이 꽤 많다는데 만약에 결핵이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다. 다행스럽게도 검사결과 결핵은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소변검사 결과 단백뇨가 나왔다며 그건 신장내과 쪽을 가봐야 할 것 같단다. 고개 너머 고개다. 비뇨기과에서 시작해서 결핵이란 고개를 넘었더니 이젠 신장이란다. 마음이 급해졌다. 다음날 바로 소개해준 신장내과를 가려고 전화했더니 헐~ 여름휴가라 그다음 주는 돼야 진료를 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나한테는 그 시간을 기다릴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부랴부랴 다른 신장내과를 검색해 보니 나사렛국제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