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우리 집에서 4일간의 휴가를 보내고 집으로 귀가하셨다. 4일 동안 삼시세끼 식사 챙기고 저녁마다 얼굴에 팩도 붙여드리고 했더니 많이 좋으셨나 보다. 식사도 별것 차린 것 없고 팩도 집에 있는 거 그냥 붙여드린 건데 그게 그렇게 좋고 호강한 것 같다고 하셨다. 어머니 슬하에 아들 둘, 딸 하나. 예전에 나 갓 결혼했을 때만 하더라도 어머니는 아들이 둘이라 참 좋다고 하셨더랬다. 든든하다고, 자기는 딸 많은 것보다 아들 많은 게 더 좋다고 하셨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딸이 없어 외롭다는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유일한 외동딸은 외국에 사니 일 년에 한 번 얼굴 보기도 힘들다. 코로나전만 해도 몇 년에 한 번씩 딸 만나러 비행기도 타셨었는데 이젠 연세가 있다 보니 14시간 이상되는 장거리는 도저히 못 ..
서방 사촌동생이 결혼을 했다. 올해 한국나이로 37살. 부모님 도움 없이 잘 자리잡고 잘 준비해서 드디어 화창한 가을날에 새로운 가정을 꾸렸다. 지난 추석에 만났을때 청첩장을 받은 서방이 사촌동생한테 결혼에 관한 조언을 했었다. 결혼을 하면 너한테 제일 중요한 가족은 와이프, 그리고 언젠가 태어날 네 아이들이라고. 부모님이랑 형제는 이제 네 원가족이 아니라고 말이다. 넌 이제 부모님한테서 떨어져나와 새로운 가정을 꾸민거고 그게 너한테는 제일 중요하고 우선순위인 거라고 그랬었다. 그리고 그건 평소 가정, 가족에 대한 서방의 소신이기도 하다. 나야 매번 들어 알고 있고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니 그렇지 하고 마는데 매번 어머니는 작은 아들의 그 소신이 그렇게 서운하신가 보다. 큰 아들은 자신의 원가족..
이제 곧 추석이다. 태어나서 결혼전까지는 놀고 먹어서 좋던 명절이었는데 결혼과 동시에 명절은 짧으면 짧을수록 좋고 없어질수 있으면 없어지는게 좋은 그런 날로 변해버렸다. 명절증후군 있는건 아닌데.. 그렇긴한데 명절은 명절 그 자체로 나한테 스트레스를 준다. 엄마집이랑 어머니집이랑 서로 완전히 상황이 반대다보니 더 그런거다. 우리집은 엄마랑 아빠 두 분이 계시고 제사가 없고.. 그리고 딸만 둘이다. 서방집은 아버님이 안 계시고 제사가 있고 아들 둘에 딸 하난데.. 누난 외국에 산다. 결국 명절엔 아들만 둘인셈.. 명절 전날부터 명절 당일 나랑 동생이 오기전까지 엄마랑 아빠 둘만 있는 것도 마음에 안 들고 명절 오후부터 명절 뒷날은 어머니 혼자 계시는 것도 마음 불편하다. 나랑 동생이랑 움직이는 시간대가 같..
친구가 올해 김장이 다 끝났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친구친정에서는 엄마가 딸이랑 같이 김장을 해서 아들네한테 보내주고 시집에서는 시어머니가 해서 딸들한테 나눠주는데, 외동딸인 동시에 외동며느리인 친구는 김장철만 되면 양가의 김장날짜 조절때문에 많이 바쁘다. 몸은 두 번만 바쁘면 되지만 사전에 양쪽에 번갈아가며 전화해서 언제 김장할 건지 수시로 확인해야 하니 정신적으로 더 바쁜것 같다. 작년인가는 한 쪽에서 갑자기 날짜를 바꾸는 바람에 한 날 동시에 김장을 해서 애들을 데리고 오전에 친정 가서 김장하고 오후에 시댁 가서 김장하느라고 아주 혼이 났었단다. 올해는 그런 일 없어서 다행이라고 웃는다. 쩝.. 나는 엄마한테서 김치를 가져다 먹는데 김장값만 내고 김장에 참가해서 일을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처..
요즘 ' 며느라기 ' 웹툰을 재미있게 보고있다. 얼마전서부터는 서방한테도 가끔씩 보여주곤 하는데 그걸 보고 난 이후에는 항상 서로 다른 방향에서의 부부간 대화가 무진장 길어진다.. --; 이번편에서는 시가에 혼자 간 남편이 아버지랑 둘이 서먹하게 있으면서 ' 와이프가 같이 왔으면 이 분위기를 부드럽고 화기애애하게 해줄텐데 ' 라며 같이 오지 않은 와이프에 대해 섭섭하게 생각하는 장면이 나왔었다. 수많은 댓글들이 분개하고 있었고 나 역시 그걸 보면서 ' 어째 이렇게 남자들은 생각하는게 다들 비슷할까 ' 란 생각을 했다. 처음 결혼하고 나도 어머니집이나 형님네 집에 가면 얼굴에 항상 미소를 띄면서 얘기하고 분위기 맞추느라 집에 돌아오면 얼굴에서 경련이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