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장장 열흘이 넘는 근무(?)를 마치고 어제 드디어 퇴근(?)을 했다. 동생이 항암 들어가기 전날 동생집에 갔다가 동생 퇴원후 항암제 후유증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는것까지 확인한 후에야 집으로 귀가한거다. 첫 항암주사를 맞고선 한동안 입맛도 뚝 떨어져서 과일이랑 요거트, 엄마가 예전에 해주던 음식들만 찾는 바람에 매 끼니마다 이것저것 하느라 엄마가 고생을 많이 했었단다. 아침에 일어나면 조카 챙겨서 유치원 데려다주고 동생 밥 해서 먹여서 자꾸 늘어지는 애 억지로라도 데리고 운동 삼아 산책 다녀오고 다시 점심 해 먹이고 간식 챙겨먹이고 조카 하원시키고 애 씻기고 동생 씻는거 도와주고 저녁해서 먹이고.. 생각만 해도 멀미가 난다. 아주 오랫동안 아빠랑 둘이서 단촐하게 먹고 자고 쉬고 놀고 하던 생활을 해..
아침 7시 45분에 큰애가 제일 먼저 집을 나섰다. 아파트 농구장에서 친구들이랑 만나서 학교에 간단다. 그리고 30분뒤에 작은애랑 서방이 같이 나갔다. 오늘은 서방이 출근하면서 작은애를 등교시켜 주기로 약속해서다.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작년 겨울방학이후로 처음이니 장장 6개월만인가 보다. 집구석구석 할일이 쌓여있지만 잠깐은 혼자인 시간을 즐겨보고 싶었다. 침대에 누워 귀에 이어폰을 꽂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데 갑자기 생뚱맞게 알람이 울린다. 12시, 작은애 하교시간이란다. Oh, my god! 그렇게 내 짧은 휴식이 끝났고 집은 여전히 엉망이고 다음주부터 2주동안 큰애는 원격수업, 작은애도 다음주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또 원격수업이다. 짧은 나의 휴식이 끝났다.. T.T
서방가게에 잠시 다녀온 길. 집에 와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선 시동을 껐다. 오늘은 날씨가 서늘해선지 에어컨이 없어도 차안이 적당히 시원하다. 바로 집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이 적막함이 참 좋다. 아무 소리도 없고 아무도 날 안 부르는 잠깐의 이 여유로움. 차시트를 젖히고 기대앉았다. 다들 집안에 있는지 주차장도 만차고 차 시동거는 소리도 없다. 지상주차장이 불편할때가 많지만 지금은 화단의 초록색 나뭇잎들이 보이니 지하보다 더 좋은것 같다. 애들한테 전화오기전에 올라가야 하는데.. 일어나기가 싫다. 한 일주일만 나 혼자 조용히 쉬었으면 참 좋겠다..
몇일전부터 밤에 자꾸 기침을 하더니 어제부턴 목도 아프다. 그냥 넘어갈 감기가 아닌것 같아서 병원에 갔더니 목감기라며 약이랑 주사까지 처방해준다. 예전에 주사 한 번 거부했다가 감기가 제대로 왕창 걸리는 바람에 한달정도를 너무 심하게 앓았던 경험이 있어서 그 이후로는 병원에서 주사 맞으라고 하면 즉각즉각 맞는다. 주사 맞고 약 받아오는데 의사선생님이 푹 쉬라면서 피로가 너무 누적되서 감기도 자주 오고 회복도 늦는 거란다. 서방도 감기가 나을때까지 나더러 푹 쉬라는데.. 작은애 중이염은 아직 현재진행형이고 서방은 바빠서 계속 퇴근이 늦고 큰애는 내가 직접 데려다 줘야하는 스케쥴이 줄줄이다. 엄마,아빠한테 SOS도 한두번이고.. T.T 몸이 힘들어서 마음도 힘든건지 마음이 힘들어서 몸도 힘든건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