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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이야기

혼자 아프니깐 서럽다네..

레스페베르 2018. 11. 21. 17:00

지난 주말 오후, 애들 숙제하는 동안 집 정리하고 설겆이까지 마친 후에 샤워를 하러 욕실로 들어가는데 카톡이 울렸다. 한 번 울리면 광고나 뭐 그런 거일 확율이 높지만 연속해서 계속 울리면 누군가가 날 찾고 있을 확율이 더 높다. 요즘 이런 식으로 나한테 카톡을 보내는 사람은 주로 동생일때가 많은데 애기랑 둘이서 심심하다고 하도 자주 카톡을 해서 가끔은 살짝 무시하기도 한다. 그날이 바로 그랬다.. ^^

가뿐히 무시하고 샤워하러 들어갔다가 씻고 나와서 애들 숙제 좀 봐주다가 뒤늦게서야 카톡을 확인하니 5개가 도착해 있었다. 너무너무 아픈데 엄마는 하필 모임으로 1박2일 여행을 떠났고, 아빠는 애를 못 다뤄서 애랑 씨름하다가 지쳐 나가떨어지고, 신랑은 일이 있어서 저녁 무렵에나 올 수 있다고. 와서 2시간만이라도 애기 좀 봐 줄수 있냐는 카톡. 에고.. T.T 이런 줄 알았으면 진작에 확인했어야 하는 건데. 1시간도 넘어서야 확인하고 부랴부랴 전화했더니 동생이 다 죽어가는 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급하게 애들 점심 챙겨주고선 딱 2시간만 둘이서 놀고 있으라 당부하고 집을 나섰다. 

우선 편의점으로 가서 급한대로 타이레놀 한 통 사고 죽 몇 개 사서 갔더니만 아빠는 거실에서 지쳐 주무시고 동생은 안방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살짝 들어갔더니 나를 보고선 갑자기 울먹울먹했다. 고개를 숙이기만 해도 세상이 어지러운데, 콧물도 줄줄 흐르는데, 목도 너무 아픈데, 허리도 너무 아파서 숨도 못 쉬겠는데 애기는 자꾸 안으라 업어라 그러고 아빠는 애기 좀 봐달랬더니 애랑 씨름하다 나가떨어졌다며 너무너무 힘들어서 죽을것 같다고 울었다. 진작에 확인했어야 했는데.. 속으로 반성.. T.T 죽이랑 약이랑 챙겨주고선 애기 기저귀 갈아주고 잠깐 놀게 뒀더니만 금세 악을 쓰면서 애기도 울었다. 가서 안아주는데 엄마를 찾는지 계속 악을 쓰는거다. 죽을 먹던 동생이 애기가 악을 쓰고 우니깐 그냥 안고 먹겠단다. 한 번 악을 쓰기 시작하면 안 멈춘단다. 애 둘 키워낸 나를 뭘로 보고. 괜찮다고 그냥 먹으라고 하고선 아기띠를 하고 계속 토닥거려줬다. 그러니깐 잠시후에 그치고선 자기 주먹 빨면서 논다. 애 둘을 거저 키운건 아닌거다.. ^^ 

편하게 죽 먹고 약 먹고나서는 자기 뜨거운 물로 좀 씻고 싶은데 언니 시간이 되냔다. 당연히 된다고 해야지 별 수 있나. 샤워하고선 옷 갈아입고 머리 말리고 좀 앉아서 쉬니깐 한결 낫다며 이제야 좀 살 것 같단다. 아까는 정말 혼자서 죽는줄 알았다고. 누구보다 그 심정 내가 잘 알기 때문에 서둘러서 쫓아간거다. 나도 큰애때 그랬었으니깐. 애들이 말귀를 알아듣는 지금도 애들이랑 있을때 나 혼자 아프면 얼마나 힘든데 하물며 말귀도 못 알아듣는 갓난쟁이야 오죽할까. 한 숨 돌린 동생한테 애기 젖 먹이게 안겨주고선 나도 다시 내 애들 보살피러 부랴부랴 컴백. 눈썹이 휘날리게 바쁜 주말오후를 보내고 나니 저녁무렵에는 온 몸이 다 노곤했다. 

다행히 동생한테선 한결 나아졌다고 카톡이 왔다. 예전에 내가 혼자 낑낑거리던 때에 동생도 참 자주 호출되서 오곤 했었는데.. 이젠 내가 수시로 호출되서 쫓아다니고 있다. 여행간 엄마한테 그 얘길 했더니 그럼 엄마는 왜 너랑 동생이랑 둘 다 아직도 호출하냐신다. 그러니깐 엄마지 뭐. 아무나 우리 엄마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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