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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애가 논술학원에서 '괭이부리말 아이들' 책을 읽고 테스트를 본 얘기를 했다. 내가 그 책을 재미로 처음 읽은게 10년도 훨씬 전인데 내 애가 그 책을 논술대비용으로 읽는다는게 참 아이러니하다. 강제가 아니라 즐겁게 읽어야 재미있는 책인데 말이다. 아무튼.. 덕분에 나도 오랜만에 그 책을 찾아 다시 한 번 읽었다. 예전에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들,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게 익숙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고 그랬다.

난 괭이부리말 아이들중에서 숙자를 서술한 부분을 볼때마다 초등학교-그땐 국민학교-친구 한 명을 항상 떠올리게 된다. 초등학교 2학년부터 6학년까지 같은 반이었고 같은 중학교로 진학했었다. 서로 다른 고등학교로 가기전까지는 나랑 참 친했었던 친구였다. 1남 2녀중 첫째딸이었던 친구는 우리 또래중에서 주산, 암산을 제일 잘 했다. 사실 난 주산이란걸 그 친구땜에 처음 알았더랬다. 친구네집은 형편이 좀 어려웠었고 그래서 큰딸인 친구가 실업계 진학하는게 어릴때부터 당연시했던거 같다. 고등학교 진학때 그렇게 나는 인문계로 그 친구는 실업계로 진학하면서 서서히 멀어졌고 고등학교 2학년때 내가 다른 도시로 전학을 하면서 아예 소식이 끊어졌다. 아주아주 나중에 친구의 친구들을 거쳐 카더라 소식으로 들은게 고3때 대기업으로 취업했단 거였다. 엄마랑 아빠한테 그 얘길 했더니 정말 잘됐다고 기뻐했었다. 자기 아래 남동생이랑 막내여동생은 자기가 꼭 공부시켜줘야 한다면서 열심히 주산학원 다니던 친구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괭이부리말의 숙자가 더 크면 쌍둥이동생 숙희랑 막내여동생을 위해서 아마 내 친구랑 같은 진로를 선택하지 않을까..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친구가 정말 하고 싶었던건 뭐였을까. 지금 행복하게 잘 살고 있으면 좋겠다. 책속에 나오지 않은 그 이후가 해피엔딩이면 좋겠다. 숙자도 가족을 위한 희생말고도 본인의 꿈을 위해 살았으면 좋겠다.
인생이 원하는 대로 다 이루어지진 않는다는걸 이젠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나이지만.. 그래도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에겐 최소한의 보답은 이루어질꺼라는 그런 꿈은 꾸고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