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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라는 전쟁

입시공부 ..

레스페베르 2024. 2. 8. 15:30

내 아이가 입시라는 관문에 들어가면서부터 제일 걱정되는게 수포자, 국포자, 영포자 라는 말이었다.그 말은 입시전쟁에서 낙오했다는 의미로 여겨졌다. 절대로 내 아이는 그 속에 안 들어가게 해야지 라는 결심으로 애를 다그치기도 하고 격려도 하고 무시무시한 사교육의 소용돌이에 밀어넣고 이래저래 노력한다고 하는데.. 참 그게 부모 마음처럼 안 되는거다. 조금만 더 하면 될듯될듯 싶기도 하다가 언제나 그 문턱에서 혹은 언저리에서 뻘짓하고 자빠지고 딴짓하고.

그래서 나랑 큰애는 자주 싸운다. 가끔은 서방이랑 큰애가 싸우기도 한다. 그렇게 한바탕 난리가 나고나면 애는 기죽고 풀죽고 의기소침하고 그런 모습 보면서 서방은 서방대로 뚱하고 그런 사이에서 나도 온종일 마음 안 좋고 그렇다. 나는 애한테 뭐라하고 야단쳐도 서방은 그저 아이입장이었으면 싶나보다. 어제도 공부때문에 가벼운 대화에서 시작해서는 결국은 큰애가 울고 서방은 마음 상하고 파국으로 끝나버렸다.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주중에 유도를 해보고 싶다, 체험수업 해봤는데 재미있더라 에서 시작된 얘기가 일주일에 몇 번이나 하냐, 지금도 숙제시간 부족해서 새벽까지 못 자는데 그걸 보완할수 있겠냐 의 구체적인 얘기로 들어가고 제대로 된 답변이 안 나오는 큰애를 추궁하다가 그 사단이 난거다.

다니는 학원에서 큰애를 진단한 평가는 모든 과목 통틀어 똑같다. 절대적인 학습량-복습-의 부족이라고 말이다. 수업시간에는 알아듣는데 시간이 지나면 까먹는게 제일 큰 문제라고 했다. 그걸 해결하려면 반복된 복습이 필수라고 말이다. 그게 학원의 뻔한 말이건 사실이건 어쨌거나 공부 할 놈은 자기가 알아서 한다. 근데 그게 안 된다. 엉덩이만 붙이고 있다고 공부가 되는게 아닌데 거기다 해찰도 많다. 지금도 그런데 아예 그 시간을 운동으로 뺀다면 더더 시간부족이 될껀 뻔하다. 학교 끝나고 자율학습 하던 3시간을 운동 1시간 포함해서 왕복시간에 준비시간으로 다 쓴다는 얘기다. 지금도 숙제할 시간 없다고 낑낑대면서. 차라리 낭비하는 시간을 줄이고 공부하는 시간에 좀더 집중해보겠다 고 얘기했으면 일말의 믿음이라도 가져보겠는데 무조건 열심히 하겠다고만 하니 서방이 폭발한거다. 서방이 원하는건 구체적인 솔루션인데 큰애는 그 순간을 모면하려 대강대강 대답하니 결론이 날리가 없다. 그렇게 실랑이하다가 결국엔 아빠들의 주 레파토리-나때는 학원 안 다니고도 공부 잘 만 했다, 넌 학원에 뭐에 이것저것 다 해주는데 왜 성적이 이모양 인거야-가 나오면 이미 그 자린 대화끝인거다.

아침에 큰애 방에 가보니 자는 애 얼굴이 팅팅 부어있었다. 울다가 잠든듯 했다. 공부가 뭐라고, 대학이 뭐라고 부모가 이렇게 자식을 울리나 싶다. 성격 좋고 학교생활 성실하게 잘 하고 친구들이랑 사이 좋고 선생님도 좋아하는데 딱 공부 그거 하나가 흡족하지가 않아서 이렇게 애를 잡는다. 운동 해보고 싶다는게 그렇게 울고 난리법석까지 날 일이였나 싶어 착잡하다. 스카 간다고 나서는 뒷모습이 뚱하고 그걸 보는 내 마음도 먹구름이고 서방도 뚱하니 부어있다.

울고싶다. 임신했을때 두뇌발달에 좋다는 모차르트 종일 듣고있을껄, 견과류 아주 입에 달고 살껄. 내가 태교를 잘 못 해서 애가 공부하는게 힘든가 같은 온갖 쓰잘데기 없는 생각이 든다. 한 번 보면 외워지는 그런 머리를 못 줘서 미안하고 초등학교때부터 아예 공부만 시킬껄 괜히 어줍잖게 놀게 놔뒀나 하는 후회까지 매번 매순간을 되씹는다. 아는 언니가 아이 입시때문에  아이랑 갈등하다가 어느날 억장이 무너져서 하루 온종일 방에서 대성통곡을 했다더니 이제서야 그 마음을 알겠다.

이런 내 마음을 이런 부모마음을 큰애는 알까? 모를꺼다. 알면 저렇게 못 할테니 말이다. 한숨만 나온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먼데 나는 벌써 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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