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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이야기

월말 가계부 ..

레스페베르 2024. 6. 29. 15:30

월말이 되면 항상 피곤하다. 아이들 학원비, 각종 보험료같이 큼직 큼직 한 목돈들 결재되는 날들이 한꺼번에 몰려있어 항상 통장잔고를 신경 써야 해서다. 마트사용 같은 생활비는 주로 체크카드를 쓴다. 잔고를 체크해 가면서 사용하니 대충 지출이 가늠이 된다는 장점도 있지만 자칫 방심했다가는 월말쯤 잔고가 부족해질 수도 있다.

큰애가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턴 가계에서 학원비 비중이 무시 못할 정도로 커졌다. 거기에 작은애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원비가 조금씩 늘어가는 중이다. 올해 영어학원을 옮기면서 원비도 갑작스레 10만 원이 더 올라갔다. 잔고가 좀 여유가 생길라치면 귀신같이 또 생각도 못한 돈 나갈 일이 생긴다. 한숨만 나온다.

동생이 아프면서부터는 더 빡빡해졌다. 아무래도 동생 보러 갈 때, 엄마랑 아빠 만날 때, 조카 만날 때 등등 이것저것 사다 나르게 되고 그러다 보니 기름값이야 뭐야 해서 카드값도 은근히 많이 나오고 있다. 이것도 말 못 하고 나 혼자 스트레스다. 서방은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지금은 부모님과 동생한테 더 신경 쓰라 하지만 그게 마음처럼 그렇게가 잘 안 된다.

애들 교육비를 줄일 수도 없고 보험에 의식주에 다 기본적인 것들의 지출이다. 미용실 한 번 가는 것도 수십 번은 망설이게 되고 옷 한 벌 사는 것도 고민만 하다 끝내곤 한다. 데일리가방 하나 사는 걸 두고 벌써 몇 달째 아이쇼핑만 하고 있다. 사치를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빡빡할까. 애들 사교육을 줄이면 숨통이 좀 트이긴 하겠는데 그게 그렇게 어렵다. 차라리 내가 단벌신사인 게 마음 편하지. 엄마랑 아빠는 내 나이땐 이런 고민을 안 했을 텐데 싶어 부럽기까지 하다. 하긴 그 이후에 사기당하는 바람에 노년이 엉키긴 했지..

언젠가 세월이 더 지나면 그때 그렇게 빡빡했어도 이렇게 저렇게 잘 살아왔네 웃으며 우리 둘이 그렇게 얘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시간이 가면 정체가 풀리듯이 우리 가계부도 서서히 풀리겠지만 그 시간이 가는 만큼 우리가 늙어가는 건 서글프다. 좀만 더 좀만 더. 벌써 그러면서 살아온 세월이 한참이다. 아이들이 커가는 만큼 우리는 나이 들어가는데 지금 하고 싶은걸 못 하고 미루거나 참아야 하는 게 가끔은 속상하다. 더 나이 들면 몸도 마음도 지금이랑은 달라질 텐데 말이다. 지금은 지금이고 나중은 나중인데 싶다.

이런 내 마음도 모르고 땡자땡자 시간 보내는 애들이 얄미울 때도 많다. 가끔씩 애들이 보기에 엄마가 이유 없는 가시 돋친 소리를 한다고 느낀다면 그건 백퍼 저런 마음 때문일 거다.

오늘 큰애한테 원비 결재카드를 쥐어 보냈다. 100의 투자에 제발 80~90의 성과라도 내주길 바랄 뿐이다. 아니 70이라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부모의 마음이 그냥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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