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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어찌 수습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삐그덕거리면서도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동생일에
엄마랑 아빠 사고까지 겹치면서 이래저래 많이 힘들었지만 얼추 수습이 되어간다고 여겨서 마음의 긴장이 좀 풀어졌던 것 같다. 잠시의 평화가 달았다.
길진 않았다. 큰애의 응급실행으로 잠시나마 잔잔했던 마음이 다시금 풍랑을 만났다. 자식과 관련된 거다 보니 이제까지 보다 더 거셌다. 검사결과와 앞으로의 진료. 어느 것 하나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내 생각대로 되는 것도 없었다.
일단은 눈앞의 것부터 하나씩 천천히 하자고 다짐하면서 외래진료 예약부터 잡았다. 학기 중이다 보니 애 시간에 맞춰 병원 가는 게 보통일이 아니었다. 간신히 예약까지 끝내놓고선 잠시 침대에 누웠다. 잠깐만 쉬었다가 일어나서 씻고 준비해서 작은애를 데리러 갈 생각이었다. 침대에 누워서 습관처럼 유튜브를 틀었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내 기분을 읽었는지 유머러스한 동영상들을 계속 재생시켰다.
그런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 뭐지? 당황스럽게끔. 닦아도 닦아도 계속 흐르던 눈물이 어느 순간부터는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터져 나왔다. 입에서도 엉엉 우는 소리가 나왔다. 나 혼자 있는 집에서 침대에 대자로 누워서 아이처럼 울었다. 동생의 암진단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있었던, 그리고 지금, 그리고 앞으로의 모든 것들이 너무 힘들고 서러워서 울었다.
불확실한 동생의 앞일이 걱정됐다. 생각 없이 아무 말 잔치를 해서 동생한테 스트레스를 주는 엄마가 야속했다. 이 와중에 외롭다를 외치는 아빠가 한심했다. 그냥 그러려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지 못하는 동생한테 짜증 났다. 가만히 있으라니까 엄마까지 데리고 결국은 사고를 낸 아빠가 미웠다. 병원에 누워서 자기네 위로 안 해준다고 서럽다는 엄마랑 아빠 때문에 속이 터질 것 같았다. 이만하기 다행이라고 아무리 스스로 다독여봐도 마음이 나아지질 않았다. 잠시잠깐 진정이 될라치면 또 엉뚱한 소리들을 해댔다. 부모님과 관련된 건 결국 무소식이 희소식인 거였다. 서글펐다. 자꾸 혈뇨를 보는 큰애가 걱정됐다. 나는 이렇게 자식 때문에 피가 마르게 걱정이 되는데 왜 엄마랑 아빠는 병원에 드러누워서 하나마나한 소리들만 하고 있을까 싶었다..
한참을 울고 나니 눈이 아팠다. 그래도 마음이 조금은 진정된 듯 정신이 차려졌다. 우선 해야 하는 것들부터 챙겨야지. 일단은 큰애 병원이 최우선이다. 당분간 동생은 일상이 가능한 컨디션으로 회복했으니 본인들이 알아서 할 거다. 엄마랑 아빠도 알아서 하겠지. 깊게 숨 한 번 들이쉬고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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