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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외과에 다음 진료를 예약하려 했더니 제일 빠른 예약일이 2025년 1월 6일 이란다. 하하~ 그 사이에 아빠는 마음을 완전히 정했다. 결국 다음 월요일 오전 외래진료 때 수술하겠다고 얘기하고 수속을 밟기로 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신중하게 생각해 보라고 얘기하고선 나도 더 이상은 얘기하지 않았다.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린 게 확실한데 더 얘기해 봐야 서로 의미 없는 짓일 테니까.
결정을 하고 난 후 아직 체기가 있다는 아빠는 미리 접수해 둔 독감예방주사를 맞으러 가고 나랑 엄마랑 삼촌은 늦은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다시 내려갔다. 가격은 거진 4천 원에서 5천 원대. 보훈병원이라 그런가 착한 가격대였다. 맛도 착할 필요는 없었는데 ^^; 점심을 먹고선 차 한 잔 마시고 집에 가기로 했다. 던킨에서 차를 주문하는데 아빠가 갑자기 도넛을 하나 먹겠단다. 긴장도 풀리고 내 눈치도 풀린듯하니 쳇기도 가셨나 보다. 다행이지 뭐.
잠시 중앙정원에서 차 한 잔씩 하고선 다시 내려오는 길. 와.. 멀다. 삼촌이 먼저 내리고 한참 후 나도 우리 집 방향으로 갈아타는 곳에서 내렸다. 엄마, 아빠랑 헤어지고는 바로 동생이랑 통화를 했다. 다녀온 결과 보고, 앞으로의 일정 보고. 동생이 가장 궁금해하던 건 역시나 오늘! 꼭! 4시! 까지 자식이 갔어야 할 정도로 위급했냐는 거였고 나는 있는 그대로 얘기해 줬다. 우리의 예상대로 본인들이 듣고 싶은 말만 듣고선 편집된 정보였다고. 그럼 그렇지 란다. 쩝.
동생도 허리수술의 후유증을 걱정했지만 이미 아빠가 결심한 거니 가타부타하진 않겠다고 했다. 다만 아빠의 수술일자-11월 12일 예상이다-가 본인의 수술일자와 대략적으로 겹치는 것에 대해 언제나 그렇듯, 역시나 그렇듯 아빤 딸의 병에 대해선 별 생각이 없나 보다며 씁쓸해했다. 동생이 수술을 하고 나면 수술 후 한 달, 연속된 방사선 치료 한 달 해서 두 달 정도는 꼼짝 마라 인데 아빠는 허리수술을 하고선 어떻게 지낼 예정인지 얘기하더냐고 물었다. 엄마랑 대충 얘기했는데 한 달 정도 요양병원에 입원하거나 삼촌이 우리 집에 한 달 정도 와있는 걸로 하기로 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했다. 아빠는 당연하게도 거기까진 생각을 안 했다. 아니 못 했다. 지금 아빠는 허리가 많이 아프니까 빨리 수술받고 빨리 안 아파야지 밖엔 생각을 못 하고 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가 없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니까. 우리가 이해하는 수밖에.
어쨌거나 의료파업으로 난리법석인 이 와중에 각 집마다 다들 병원을 들락날락한다. 다들 몸 사리자고 했더니 올해 들어 다들 더 난리법석이다. 집에 도착하니 오후 5시. 온몸에 진이 다 빠졌다. 원래 오늘까지 암보험도 마무리지으려고 했는데 머리가 멍해서 아무것도 못 하겠다..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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