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에 우연히 봤었던 전통문화예절학교 체험광고가 있었다. 큰애한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한 번 물어봐야지 했다가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마침 뭘 알아보러 문화원사무실에 들렀던 날이 그 체험전을 등록하는 날이어서 다른 엄마들이 줄서서 등록하는 걸 보고선 덜컥 등록해버리고 말았다. 애한텐 사전에 의향 한 번 물어보지도 않고 말이다. 다행히 큰애는 좋다면서 기쁘게 수락(?)해 주었고 날씨도 좋았던 지난 토요일 아침에 기분좋게 입소했다. 아는 친구 하나 없이 혼자 입소한 걸 좀 걱정했는데 씩씩하게 잘 어울려줘서 어찌나 대견하고 기특하던지. 집으로 돌아온 직후 잠깐은 어른스러운 척하면서 좀 흉내내나 싶더니 동생이랑 선물로 받아온 활쏘기를 하느라 금방 난장판이다. 다도도 배우고 인사하는 법도 배우고..
일주일에 한 번씩 참가하는 다도강좌가 있다. 요번달 들어 이런저런 일들로 왕창 빼먹었어서 정말 오랜만에 나갔더니 찻상의 꽂꽃이도, 오신 분들의 옷차림들도 전부 다 가을이다. 70세 이상되시는 분들이 3분 계시는데 그 열정들이 대단하시다. 그 분들 모두 경력 5년차 이상이고 다도사범 자격증까지 따신 분들이다. 나는 이제 겨우 6개월차 결석 많은 초짜생이고. 그래선지 선생님이랑 그분들이 우리는 차 맛은 나랑은 질적으로 다르다. 같은 찻잎이랑 물인데도 물을 붓는 시간, 물을 붓는 높이에 따라서 미묘하게 때론 아주 크게 차이가 난다. 그래서 선생님이 직접 우리는 차는 욕심내서 많이 마신다. 집에서는 그런 차를 못 마시니까. 하지만 우리집에서는 내가 제일 잘 우리니까 서방이랑 애들은 내 차 맛이 최곤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