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졸이며 큰애 검사결과를 확인하러 갔다. 이상 없음. 깨끗함. 단순 피만 나왔음. 이맘때의 청소년들은 스트레스로 인해 이유 없는 혈뇨를 종종 본다며 드문 일이 아니라고 했다. 조금 더 지켜봐도 될 것 같다고 했다. 정 걱정이 되면 신장 쪽으로 한 번 검사를 해보는 건 괜찮겠지만 현재 자신의 소견으로는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다시금 큰 산 하나를 넘은 기분이다. 다행이다 싶었다. 그 소식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모든 게 다 끝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시간이 가면서 하나씩은 진행이 되고 마무리가 되어가는 게 눈에 보여서 다행이었다. 엄마랑 아빠도 조만간 퇴원한다고 했고 동생의 컨디션도 많이 좋아졌고 큰애도 괜찮고.. 오늘 내 마음의 날씨는 오래간만에 맑음이다.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저녁을 준비하기 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서방도 일찍 퇴근을 했고 작은애도 하원해서 놀고 있었다. 조금만 쉬었다가 저녁 해야지. 큰애한테서 전화가 왔다. 야자 중에 화장실을 갔는데 또 혈뇨가 나왔다는 거다. 잠시의 평온함이 와장창 깨졌다. 7월 중순경의 혈뇨로 1차 병원부터 3차 병원까지 어렵게 순회하고 마무리된 게 아직 한 달도 안 지났는데 또 혈뇨라니. 오후 5시 30분이 넘은 시간이었다. 원래 다니던 비뇨기과는 진료가 끝났고 대부분의 병원들도 진료 마감이 코앞이었다. 그렇다면 응급실로 가야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병원전산이 다운되는 바람에 모든 절차가 수기로 진행이 돼야 해서 많이 늦어진단다. 그래도 어찌어찌 접수하고선 다시 소변검사, 혈액검사를 하고 X-ray를 찍었다. CT는 찍은..
나사렛국제병원에 내원했다. 소아청소년과 교수님은 친절했고 1차 병원에서 가져간 소변검사 결과지를 보고선 본인의 소견을 얘기해 줬다. 아마도 CT상으로 보이지 않는 작은 결석으로 인한 혈뇨였을 것으로 보이며 혈뇨가 있는 경우 혈장단백질로 인해 일시적인 단백뇨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우선은 여기서 다시 한번 소변검사와 혈액검사를 해서 그 결과를 보고 얘기하자고 했다. 만약 신장 쪽에 문제가 있다면 소아청소년과와 신장내과의 협진으로 치료가 될 거고, 그렇지만 그럴 것 같지는 않다고도 얘기했다. 이어지는 검사. 피 4병을 뽑고 소변을 받아서 제출했다. 결과는 다시 일주일 뒤에 나온다고 했다. 기다리는 시간은 진짜 피가 마른다. 일각이 여삼추다..
가슴 조이며 일주일을 보내고 검사결과를 들으러 갔다. 그동안 처방받은 약을 먹어서인지 혈뇨나 통증은 없어져서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혹시나 혹시나 싶어서 내내 불안했다. 특히나 결핵이 걸렸다. 우리나라에 결핵환자들이 꽤 많다는데 만약에 결핵이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다. 다행스럽게도 검사결과 결핵은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소변검사 결과 단백뇨가 나왔다며 그건 신장내과 쪽을 가봐야 할 것 같단다. 고개 너머 고개다. 비뇨기과에서 시작해서 결핵이란 고개를 넘었더니 이젠 신장이란다. 마음이 급해졌다. 다음날 바로 소개해준 신장내과를 가려고 전화했더니 헐~ 여름휴가라 그다음 주는 돼야 진료를 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나한테는 그 시간을 기다릴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부랴부랴 다른 신장내과를 검색해 보니 나사렛국제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