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리는데 너무 덥다. 안경알에 김이 서려 앞이 안 보인다. 차에 에어컨을 너무 세게 틀고 왔나 보다. 집집마다 베란다 난간의 실외기 돌아가는 소리와 열기가 대단하다. 해가 져도 덥고 눅눅하니 에어컨 없으면 이 여름을 어찌 보낼까 싶다. 3층 이웃분은 에어컨이 고장 났는데 AS가 다음 주는 돼야 온다고 했다며 어찌 버틸까 아득하다 하셨다. 에어컨 없는 여름날이라니. 상상도 못 하겠다. 에어컨을 발명한 캐리어가 왜 노벨평화상을 못 탔는지 진심 이해불가다. 어렸을 때 여름방학이 되면 항상 시골 할머니집에 가있었다. 할머니집은 기와지붕을 이고 있는 대문을 지나야 마당을 건너 윗채랑 아래채로 갈 수 있는 구조인데 대문의 기와지붕 아래에는 큰 평상을 가져다 놨었다. 지붕 때문에 항상 그늘..
날이 더우니 하기 싫은 것들이 참 많다. 많고 많은 그 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아마도 식사준비가 아닐까? TV속 CF 한 장면에서 박서준이 읊은 '어머니는 여름에 주방에 들어가기 싫다고 하셨어'가 정말 구구절절히 가슴속에 새겨지는 순간이다. 더운데 허덕거리면서 요리하는 것도 화나고 열심히 준비했는데 더위 먹어 입맛 없다고 안 먹으면 더더 화난다. 매일 찬 것만 먹을수도 없고 매일 외식할수도 없고.. 정말 힘든 여름나기다. 식구들도 아예 시원한 면류나 아니면 맵고 짠 찌개류만 찾고 있다. 내 실력은 한계에 도달했고 인내심은 진작에 바닥쳤다. 그나마 엄마라는 의무감 하나로 올해는 그냥저냥 버티고 있지만.. 나 정말 결심한 거 있다. 내년부터는 적어도 여름 한 계절은 반찬배달 시켜먹기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