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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나 인터넷에서 마이크로닷 얘기가 엄청 자주 나온다. 내가 마이크로닷을 알게된건 큰애가 좋아하는 도시어부라는 낚시프로그램 때문인데 엄청 해맑고 천진난만한 모습이 참 좋아보였더랬다.
마이크로닷 부모에 관한 걸 처음 접한 건 그로부터 얼마후. 그땐 사건이 이렇게 공론화되기전이었는데 네이트에 어떤 피해자가족이 마이크로닷의 부모가 제천에서 저지른 사기에 대해서 쓴 글을 읽었더랬다. 그 글은 네이트에서 금방 삭제가 된건지 그리 오래 떠있지는 않았었는데 엄청 상세하고 구체적이어서 긴가민가 싶었었다. 근데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봐도 그런 기사나 댓글이 전혀 없었기에 말 그대로 루먼줄 알았었다. 그랬던게 요 얼마사이에 여기저기서 확 터져나오더니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네 마네 하고 급기야 마이크로닷이 활동중인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한다는 기사까지 나왔다.
누군가는 본인이 사기친것도 아닌데 자식한테 너무한거 아니냐 그러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 혜택 고스란히 자식들이 받고 살았으니 그 비난은 당연한거 아니냐고 하던데, 나는 음.. 후자쪽이다. 마이크로닷의 그 해맑고 천진난만한 모습이 참 좋았던 만큼 그 피해자가족들이 겪었을 아픔이 더 절절하게 와 닿아서다.
내가 고등학생때였는지 대학생때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빠도 아빠절친에게 엄청난 돈을 떼인적이 있었다. 아빠뿐만 아니라 고향친구들한테 작게는 몇천부터 크게는 몇억대까지 돈을 빌린후 고의로 부도를 내고선 자녀들까지 데리고 잠적해버린 거였다. 한참후 수소문끝에 간신히 찾았지만 모든 재산은 다 자기들 명의가 아닌 일가친척명의로 사방에 흩어두었고 본인들 명의로는 십원 한 장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자식들은 그 학비 비싼 의대에 다니고 있었고 집도 번듯한 아파트에 살고 있었단다. 학비는 친척들이 내주는 거라 그랬고 집도 친척명의였대나. 애들도 부모도 한결같이 지금 자기들은 친척들 도움으로 살고 있는거라 그랬단다. 법대로 하면 몸으로 떼울꺼고 시간을 주면 사업으로 재기해서 갚아보겠다고 어쩔꺼냐고 했다던데.. 아빠가 엄마한테 돈 잃은것보다 친구한테 배신당한게 너무 가슴 아프다고 울었던 기억이 있다. 그 후유증으로 아빠는 그때 이후 한동안 고향친구들을 멀리했더랬다. 고향친구들을 만나면 다들 피해자들이라서 속상하다고 말이다.
그 아빠친구가 법적으로 처벌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그 사람이 아빠랑 다른 친구들한테서 가져간 그 돈으로 그 집 자식들은 잘 교육받고 잘 커서 지금은 아주 잘 산다는 얘기만 들었다. 마이크로닷이랑 그 형제들처럼 말이다. 참, 걔네들이랑은 다르겠구나. 걔들은 연예인이 아니니 앞으로도 잘 살꺼라 마이크로닷 형제들보단 더 나을꺼다.
사기란건 전문 사기꾼들만 치는게 아니란걸 난 그때 알았었다. 주위의 가까운사람들이 그럴수도 있다는걸 나는 비교적 빨리 알았고 울 엄마랑 아빠는 엄청 늦게 안거다. 그래서 그 후유증이 꽤 컸던거고.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세월이 흘러서 많이 무뎌졌다곤 하지만 그때 내 부모가 보냈던 그 힘든 시간을, 그리고 그걸 지켜보면서 불안해했던 나나 동생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마이크로닷 사태를 보면서, 지금도 아주 잘 살고 있는 아빠친구네 가족을 떠올리면서.. 내가 사기꾼 자식들한테는 연좌제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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