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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수학!하면 지금도 제일 먼저 떠오르는 문제가 있다. 삼각형, 사각형, 사다리꼴, 원을 이리저리 포개둔뒤 그 속의 색칠한 부분의 둘레길이 혹은 넓이를 구하라는 문제였다. 내가 제일 어려워하고 이해를 못 하는 부분이었던건지 아직도 그 문제들이 너무 기억에 생생하다.
그런데 어느날 뜬금없이 정말 거짓말처럼 아! 그런거였구나.. 싶었다. 원리를 깨달은 거다. 결국은 그 도형을 이리저리 쪼개서 원이든 삼각형이든 사각형이든 사다리든 만들어서 이리저리 빼거나 더하면 되는 문제였는데 그때는 왜 그런 생각을 하기가 그렇게 어려웠던 건지. 우리반 반장이 도형을 요리조리 쪼개가며 답을 구하는 모습을 신기해했던 기억이 너무 생생하다.
그리고 어제 큰애가 그런 유형의 수학문제 15개를 가지고 씨름을 했다. 내 눈에는 포개져있는 도형들의 너무나도 단순한 그 원리가 보이는데 큰애는 바로 눈앞의 색칠된 부분 거기에서 한 발도 제대로 못 나가고 얼어있는 거였다. 차근차근 설명을 하면 그제서야 아! 그렇구나를 연발하면서 결국은 그렇게 내 도움을 받아 숙제를 해 갔다.
왜 그 단순한 원리를 못 알아보는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바본가? 학원에서 도대체 뭘 하는 거지? 머리가 복잡하고 짜증도 많이 났다.
그래서 결국 지도선생님과 상담을 했다.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이고 그래서 계속 반복해서 학습중인 곳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큰애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애들이 어려워하는 비중이 높단다. 전체를 통합해서 보지 못하고 원이면 원, 삼각형이면 삼각형 이런 식으로 단편적인 것만 봐서 그런거라고. 그래서 자꾸 문제를 풀어서 자연스럽게 감각을 익혀야 하는 거라고 얘기했다.
애들을 재우고 잠시 혼자인 시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땐 나도 마찬가지였지. 서방도 그런 문제가 참 어려웠다고 가끔 얘기했었다. 지나고보니 서방도 문득 어느날 그 원리가 깨우쳐졌었다고 말했다. 그게 바로 머리가 커 가는 과정이었나보다. 눈앞의 나무만 주구장창 들여다보는게 아니라 숲 전체를 볼 수있는 눈이 생기는 그 순간말이다. 아직도 부족하지만 그때보다 지금은 훨씬 더 그 눈이 트인거겠지.
적어도 내 아이들은 나보다는 더 빨리 숲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인생이 조금은 여유롭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작은애는 당연히 못 알아듣지만 큰애도 아직은 뭔소린가 싶어하는 눈치다. 빨리 숲을 보여주고 싶은 것도 아마 아직은 제대로 숲전체를 못 보고 있는 엄마의 욕심인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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