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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흰머리가 제일 잘 보이는 곳은 아마 우리아파트에 우리라인 엘리베이터 속 거울일꺼다. 곱게 화장하고 기분좋게 나서는 길에 꼭 마주치는 엘리베이터 속 거울은 언제나 얼굴상태도 정직하게, 정수리쪽 흰머리들은 더 정직하게 보여준다. 무시하지 못 하고 그거 뽑으려고 머리카락을 헤집다보면 엘리베이터를 내릴때쯤 머리는 산발이 되기 일쑤다. 행여 타이밍 잘 못 맞추면 문이 열렸는데도 머리카락을 잡고 있다가 다른 사람이랑 마주치는 민망함도 덤이고.. T.T
그나마 집에 들어올때는 머리카락 잡은채로 그냥 들어온다. 도저히 놓칠수가 없어서 그대로 들어오자마자 안방화장실행. 세상에서 두 번째로 흰머리가 잘 보이는 곳이다. 세면대앞에서 한참 헤집다가 눈이 빙빙 돌때쯤 포기하고 나오면 참 여러가지 생각들이 든다. 내가 벌써 이런 나이인가 하는 생각, 옛날에 엄마가 거울 보면서 혼자 흰머리 뽑던 기억, 그거 그때 내가 그냥 뽑아줄껄 하는 후회 등등.
얼마전 엄마집에서 동생이랑 엄마가 차려준 밥 먹고 잠깐 놀다 왔다. 그때 동생이 내 머리에 있던 흰머리를 뽑아줬었다. 계속 눈에 거슬렸는데 잘 안 뽑히던 것들이었다. 무릎에 머리 대고 누워있다가 내가 옛날에 엄마 혼자 흰머리 뽑던 얘길 하면서 그때 못 본 척했던거 참 미안했다고 하니까 동생이 자기도 자기 흰머리 뽑으려고 낑낑대다보면 그 생각 나면서 그런 후회 한다고 했다. 엄마가 그러게 하면서 맞장구 치는게 더 미안했다.
동생도 나도 이젠 짜증 안 내고 잘 뽑아줄 수 있는데 정작 엄마도 아빠도 이젠 거진 흰머리가 다니 뽑을수도 없다. 세월이 그렇게 가고 있고 이제사 그때의 엄마기분도 조금은 알게되고..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