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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 동생이랑 서먹했다. 지난 주 아빠생일의 여파다. 동생서방의 오버와 그걸 제어하지 못 한 동생에 대한 짜증, 그리고 역시 그걸 제어못한 엄마에 대한 짜증 때문에 이래저래 기분이 안 좋았다. 그리고 오늘 동생이랑 오랜만에 통화했다가 그만.. 진실을 알아버렸다.. T.T 동생서방이 오버한것도 아니고 동생이 제어 못 한것도 아니었다. 엄마가 마음이 변해서 변덕을 부려놓고선 나한테 솔직히 얘기 안 해서 그런거였다.
화근은 예약이 안 된거랑 저녁 6시쯤경부터 비가 온다는 거. 일단 엄마랑 아빠가 가려한 식당은 2인은 예약이 안 되는 거였는데 오후 6시전이면 예약을 안 해도 대기가 없다해서 나는 별로 심각하게 생각을 안 했었다. 그리고 엄마도 괜찮다며 그럼 오후 4시쯤 가서 느긋하게 먹고 비 오기전에 귀가하겠다고 했었다. 근데 마음이 바뀐거였다. 혹시 가서 대기하게 될 경우가 괜히 찝찝했나보다. 혹시 귀가때 비가 오면 야간운전이 걱정이었나보다. 그런데 그때 동생서방이 전화를 한거다. 생일인데 같이 식사도 못 해서 어떡하냐며 두 분이서 식사 잘 하시라고 인사한 건데 거기서 우리 엄마가 어리광을 부렸다. 예약이 안 되서 걱정이다, 비가 온다는데 걱정이다 등등. 마음 약한 동생서방이 이 말을 듣고 보일 반응은 뻔했다. 나도 알고 동생도 알고 내서방도 알고 무엇보다 우리 엄마도 너무 잘 안다. 그래서 그런 걸꺼다. 당연히 동생서방은 그럼 저희가 모시고 가겠습니다~한 거고 엄마는 사양하는 척 하다가 그럼 그러던가~한 거였다. 동생도 한바탕 부부싸움끝에 지서방한테 나중에 그 통화내용을 전해듣고선 막 울었다고 했다. 미안해서 울고 화가 나서 울었단다.
그 얘기를 듣는데 어이도 없고 화도 나고 한편으론 미안하고 또 한편으론 서러웠다. 엄마의 변덕에 화가 나고 엄마의 거짓말에 화가 나고 동생서방이랑 동생을 오해해서 화낸거가 미안하고 또 철없는 어린애가 되버린 엄마랑 아빠의 모습이 서러웠다. 이 세상에서 제일 믿음직하고 든든했던 내 부모님들이 철딱서니 없는 애들같은 행동을 했다는게 참 가슴아팠다. 영원히 든든한 산일줄 알았는데 이렇게 작아져가고 있었다니..
엄마한테 전화해서 화를 내야할지 아니면 모른척 넘어가야 할지도 나는 모르겠다. 아는척을 하자니 무안해할 엄마랑 아빠가 걸리고 모른척 하자니 내 속이 탄다. 혼자 전전긍긍했을 동생한테도 너무 미안하고 잘못 하나 없이 욕 먹은 동생서방한테도 너무 미안하다. 내서방한테는 내 부모치부를 얘기 못 하니 모른척 덮어야겠고..
결국 둘이 식사한다고 해서 그러시라한 내 죄다. 동생이랑 내린 결론은 앞으로는 그냥 집안행사때 우리가 시간, 장소 정해서 무조건 다같이 만나는 걸로 하자는 거였다. 이제는 그게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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