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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이야기

서로 다른 기억..

레스페베르 2017. 12. 14. 15:51

배추김치 썰어놓은 것이 다 떨어졌다. 주방베란다에 있는 김치냉장고에서 새로 꺼내와야 하는데 너무 추워서 나가기 싫다. 포기김치 써는것도 귀찮고 해서 냉장고에서 대신할 만한 다른 걸 찾다보니 지난번에 어머니가 갖다주신 갓김치가 보인다. 마침 알맞게 익기까지 했으니 오늘은 이걸 밥상에 올리기로 했다.

근데.. 애들이야 갓김치를 안 좋아하는게 당연하겠지만 다 큰 서방도 시큰둥하면서 다른 김치를 찾는다. 분명히 어머니가 서방이 좋아하는거라 하셨는데 정작 서방은 자기가 언제 좋아했었냐며 펄쩍 뛴다.

가끔 어머니가 주시는 먹거리중에 이런 것들이 있다. 막내아들이 좋아하는 거라시며 기껏 챙겨주셨는데 서방은 손도 안 대서 처치곤란인 것들 말이다. 어머니는 아들이 좋아했던 거라 하시고 서방은 언제 그랬었냐며 서로의 기억을 탓한다.

신혼초에 어머니가 집에 오셨다가 알뜰장에서 취나물을 보시곤 서방이 좋아하는 거라며 잔뜩 사다가 무쳐서 저녁밥상에 올리신 적이 있었다. 난 취나물을 안 좋아하니 당연히 안 먹었지만 서방도 취나물은 싫다면서 손도 안 댔었다. 자기는 콩나물, 시금치을 제외한 나물종류는 다 안 좋아한대나? 어머니는 저녁준비하는 내내 내 앞에서 막내아들이 좋아하는 거고 몸에도 좋은 거라며 자주 해 먹으라고 방법까지 열심히 알려주셨었지만 결국 그때 이후로 우리집 밥상에 취나물이 다시 올라오는 일은 없다. 지금도 가끔 추억의 먹거리를 가지고 서방은 어머니 기억력이 이상하다고 하고 어머니는 서방 입맛이 변했다며 서로 타박한다.

그런 일은 우리집도 마찬가진데 몇 년전 추석때 일이다. 추석에 집에 갔더니 베란다에 엄청 큰 복숭아박스가 있었다. 그냥 봐도 비싸보이는 거라 반색하면서 웬거냐고 했더니 엄마가 성질을 있는대로 내면서 아빠가 우리들 오면 먹인다고 사다놨단다. 복숭아 좋아하는 사람도 없는데 비싼걸 박스로 샀다면서 아빠한테 종일 뭐라 해서 아빠는 좀 삐져있었다. 그때 나랑 동생 둘 다 엄마한테 우리가 복숭아 얼마나 좋아하는데 엄마는 무슨 소리 하는 거냐며 막 뭐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엄마는 니네가 언제 복숭아 좋아했었냐며 당황해했고 아빠는 니네 엄마 이상하다며 기세등등해 했었었다. 그 복숭아 한 박스는 나랑 동생이 명절 연휴내내 결국 다 먹어치웠었는데 그때 이후로 엄마는 복숭아철이 되면 딸들 집에 가끔 복숭아를 사갖고 오신다.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 변하는 건지 아니면 기억하고 싶은데로 편집을 다시 하는 건지 모르겠다. 시간이 더 오래 지나 나나 서방이 엄마나 어머니 나이가 됐을때 우리도 아이들에 관한 기억이 아이들과 달라지는게 있을까?
지금 이 순간순간들이 영원히 기억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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