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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이었던가 올해초였던가..
인터넷에 공개수업, 학부모설명회 때 엄마들의 드레스코드에 관한 기사들이 한동안 엄청 나왔었다. 명품가방, 꾸안꾸 스타일의 복장, 화장 등등.
큰애가 초등학교를 다녔을때는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작은애 동기 학부모들은 완전 달랐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명품마크로 도배를 한 엄마들도 몇몇 있고 아무리 수수해도 명품가방은 기본착장 이었었다. 큰애, 작은애 거쳐서 어느덧 학부모경력 10년차지만 작년 그맘땐 진짜 엄청 기가 죽었었다.
아마 그날 이후였을꺼다. 수시로 명품백을 검색하고 살까말까를 고민했었더랬다. 그러다 흐지부지 잊어버렸는데 올해 공개수업 날짜가 정해지면서 또 그 병이 도진거다. 뭘 입지? 화장은 어떻게 하지? 머리가 너무 푸석한가? 가방은 뭘 들지? 신발은? 온갖 생각들로 머리도 아프고 짜증도 났다. 가지 말까? 어차피 다 아는 내용인데. 근데 작은애는 이런 내 속도 모르고 꼭 와야한다며 성화였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무난무난, 검소검소했던 큰애 친구엄마들이 그리웠다. 큰애 첫 공개수업때 나름 이래저래 신경쓰고 갔다가 뜻밖의 무난함에 당황하고 안도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대망의 공개수업날. 몇 번이나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그냥 청바지에 니트가디건에 평소 가지고 다니는 미니백을 들고 나섰다. 안경대신 렌즈를 끼고 평소 생략하던 색조 좀 바르고 나선 길. 교실에 들어서니 분위기가 작년보단 좀 덜 한것 같다. 여전히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도배한 엄마들도 있고 적당히 가방 하나 정도 든 엄마도 있고 나처럼 평범(?)한 엄마도 드물게나마 있고.
중요한건 내 애가 얼마나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나지 내가 무슨 옷을 입고 무슨 가방을 들었는지가 아니다.. 라고 되뇌이며 공부하는 작은애 뒤통수만 열심히 쳐다봤다. 큰애때랑은 다르게 야무지게 수업에 임한다. 그렇지. 난 이걸 보려고 여기 온거였지.
지금 나한테 중요한건 선명한 마크의 명품백이나 고급세단이 아니다. 내 아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좋은 친구들과 잘 공부하고 잘 놀수있고 밝고 즐겁게 행복하게 크게 하는게 제일 중요한거다. 배우고 싶은거 배우게 해주고 부족한 공부 보강 필요한거 해줄수 있는 거면 충분하다.
때때로 아니 수시로 이렇게 내 삶에서 누군지도 모르는, 중요하지도 않은 사람들에게 비춰지는 내 모습을 신경쓰느라 예민해질때가 있다. 예전에 스스로 다짐했던게 있다. 지금은 명품백 드는거보다 가족들이랑 알짜배기로 사는게 더 우선이라고. 둘 다 가능하면 더할나위 없지만 지금은 우선순위가 있어야 하는 시기다. 내 우선순위는 아직은 서방과 아이들과의 추억, 경험, 아이들 교육이다.
흔들리지 말자.. 가방은 좀 더 나중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