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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터넷에서도 뉴스에서도 사기사건으로 참 이야기가 많다. 어지간한 막장드라마보다 더 흥미진진하고 어지간한 개그보다 더 웃긴 이야기라고 한다.
옆에서 보고 듣는 사람들은 한동안 흥미진진하고 한동안 어이없고 한편으론 웃픈 뉴스거리, 이야기거리지만 그 피해 당사자와 가족들한테는 지금도 앞으로도 사는게 사는게 아닐꺼다.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어느정도 수습이 가능한 정도의 피해라면 세월 지나면서 그땐 그랬지 하겠지만 수습이 불가능한 피해라면 당사자랑 가족은 경제적, 정신적으로도 복구불가가 되는거다.
피해당사자는 본인이 직접 입은 데미지에 추가해서 가족들의 원망까지 감당해야 하니 이중고삼중고다. 전에 어디선가 봤는데 사기꾼의 자식들은 부모가 사기친 돈으로 잘 먹고 잘 사니 부모 원망을 잘 안 하는데 사기당한 피해자의 자식들은 못 먹고 못 입고 고생하니 부모를 원망하는 일이 많다고 했다. 가슴아픈 일이다.
멀리 갈것 없이 우리집만 봐도 그런것 같다. 우리가 이렇게 나이 먹어가는 동안 엄마랑 아빠는 소소하게도 크게도 사기를 몇 번 당했다. 소소한 거야 나랑 동생한테 미치는 영향은 크지않았다. 그저 부모님 기분 몇 일 나쁜 정도? 부모님 사이 얼마간 서먹한 정도? 근데 큰 사기를 당한건 얘기가 전혀 달라진다. 거의 수습 못 하고 왕창 무너질뻔한 적도 한 번 있었다. 이제야 세월 지났으니 그때 그랬지, 왜 그렇게 바보같았을까 하지 당시에는 진짜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줄 알았더랬다. 어찌저찌 길바닥에 나앉지않고 버텨냈고 이래저래 수습해냈지만 예전같은 풍요로움은 상실했다. 그 사건은 내가 막 대학을 졸업하던 때에 터졌기에 내 대학생활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동생은 바로 직격탄을 맞았었다. 사립대라 한 학기마다 돌아오는 등록금 대는것도 숨가쁠정도로 힘들었으니 용돈은 뭐 말하면 입아프다.
실제로 엄마랑 아빠가 다른 피해자들이랑 한참후에 전절친이자 후사기꾼이 된 그 인간을 찾아내서 감방은 보냈는데 돈은 하나도 못 돌려받았다. 다 이리저리 빼돌려서 그집 와이프랑 자식들은 참 잘 먹고 잘 살고 있더라나. 그 가족들은 니네 남편, 니네 아버지가 친구들한테 이런 짓을 했다는데도 담담하게 그러냐고 그랬단다. 그래도 자기네한텐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 였다고. 그리고 돌려주거나 합의할 돈은 없다고 했다. 그 아버지란 분이 몸으로 때운다고 했나보다. 그 사기꾼은 아빠랑 친구들한테 사기쳐서 모은 돈으로 자기네 가족들 호의호식 시켜준거다. 씁쓸했다..
아무튼 그 사건이 수습되는데 걸린 세월은 대략 6, 7년. 그 기간동안 부모님도 허리띠 졸라매느라 힘겨웠을꺼고 동생이랑 나도 부모님 도움없이 홀로서기 하느라 많이 힘들었다.
결혼도 우린 각자 모은 돈으로 했다. 한동안은 엄마랑 아빠가 더 힘들겠지, 평생 모은 재산 억울하겠다 등등 그런 착한(?) 생각을 했더랬다. 그런데 살다보니 세상 사는게 내 마음처럼 안 되는 일도 많고 힘들땐 어딘가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기대고 싶은 일도 참 많았다. 그리고 그럴때마다 스물스물 부모님을 원망하는 마음이 피어나는거다. 그때 그런 뻘짓만 안 했으면 부모님도 풍족하고 편안한 노후생활을 보내고 있을꺼고 나나 동생도 힘들때 좀 의지가 될텐데 하는 그런 이기적인 마음. 그때마다 잘 먹고 잘 산다는 사기꾼 아들, 딸 생각이 나서 더 화가 났다. 내것을 뺏긴 기분. 그건 지금도 받아들이기가 많이 힘들다.
아빠가 퇴직을 하고 나서부터는 부모님 생활이 좀 빡빡하게 돌아가는게 느껴질때가 많다. 그렇지만 동생이나 나나 애들 키우면서 우리 살림 사는것도 숨찰때가 많다보니 하나하나 챙길 여유도 부족하고 때론 알면서도 모른척 눈감고 넘어간다. 그럴때마다 많이 속상하고 많이 원망스럽고 많이 슬프고 그렇다. 어디 아프다는 소리하면 심장이 쿵 내려앉고 그런 내가 한심해서 속상하고 이런 상황을 만든 부모님이 원망스럽다.
사람을 믿은 죄일까 욕심에 눈이 먼 죄일까? 그게 뭐건 그 댓가는 크다. 가해자보다 피해자한테 더 크다. 그래서 나는 사기사건에 관한 뉴스가 나오면 그 피해자의 가족들한테 감정이입이 너무 크게 된다. 부디 가족들의 삶을 뒤집어놓는 피해는 아니기를 바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