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 PIC 휴가를 마무리하며..

캐리어를 다 풀고나니 이제 휴가가 끝난게 실감이 난다. 4박6일동안 애들 따라다니면서 수발드느라 정작 동생이랑 나는 마음 편하게 물에서 한 번 놀아보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그 아름답던 바다랑 한시도 끊어지지 않던 아이들 웃음소리, 그리고 너무너무 유쾌하던 리조트직원들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벅차고 그리워지는거 보면 멋진 휴가를 보낸게 맞는거다.

사실 휴가를 떠나기전에 빈대얘기때문에 엄청 마음을 졸였었다. 입국하면 캐리어를 스팀세차장으로 가져가서 스팀소독을 해야하나? 숙소에서 빈대에 물리면 어떻게 하지? 비행기좌석에서 빈대가 뭍어오면 어쩌나 등등. 괌 PIC에서 빈대에 물렸다는 기사가 나올까봐 매일매일 검색도 했었다. 휴대용 빈대제거  스프레이도 가져가서 숙소침대랑 소파 곳곳에 살포도 했다. 결론적으로 빈대는 없었고 숙소에서는 미니도마뱀만 한 마리 출몰한것 외엔 모기 한 마리 없이 잘 지내다 왔다. 외국인보다 한국인이 압도적으로 많아서 그런가 싶기도 했다. 유럽인은 아예 못 봤으니깐 말이다.

동생은 괌 PIC가 정말 엄청 마음에 들었는지 휴가기간 내내 다음에 다시 오면 그땐 지금보다 더 알차고 재미있게 보낼수 있을꺼라며 요즘 계속 옆에서 나를 가스라이팅 하고 있다.

동생의 계획은..


1.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괌PIC랑 항공편을 바로 예약하면 되겠다. 성수기는 모르겠지만 일단 비수기는 가격차이가 꽤 많이 나고 그 돈으로 룸을 더 좋은걸 잡는게 실속있는거다- 우리가 묵었던 오세아니아A동은 오션뷰라 전망은 좋았지만 시설은 많이 낡은 곳이었다. 로얄동으로 할 걸 후회했더랬다- 더구나 예약하기도 아주 쉽다. 항공권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편한 시간으로 출국, 입국시간 정해서 가격 저렴할때 티켓팅하면 된다. 애나 어른 모두 고생스럽게 새벽비행기 타지 않아도 된다.

2. 괌은 치안이 좋다. 늦은 시간이 아니라면 렌트로도 충분히 가능하고 택시도 너무 잘 되어있어서 불편함이 없다-근데 동생은 장롱면허다. 즉 나 믿고 렌트 운운하는거다.

3. 다음에 올땐 샤워기필터랑 세면대필터 두 개를 다 챙겨오겠다. 괌의 물은 석회질이 많다며 양치할때나 세수할때 마무리는 가급적 생수로 하라고 가이드분이 알려줬었다. 샤워기필터는 챙겨왔는데 세면대필터는 안 챙겨서 세면대에서 뭘 할때는 항상 생수를 썼는데 다음번엔 그럴 필요없게 하겠단거다.

4. 키즈클럽을 적극 활용하겠다. 애들이 너무 재미있어하고 선생님들도 너무 좋다. 실내활동부터 물놀이까지 한 번에 다 해결되고 또 또래들이랑 같이 노니 좋은것 같다. 애들이 선생님이랑 얘기하려고 짧게라도 영어를 쓰니 걱정할것 없겠다-애들보고 괌에서 제일 재미있었던게 뭐냐니 둘 다 키즈클럽을 꼽았다. 낯선 곳, 낯선.언어, 낯선 선생님은 그저 우리의 우려였을뿐.

5. 애들이 키즈클럽에서 놀면 우리는 물놀이도 우리끼리 해보고 차도 마시면서 담소도 나눌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6. 휴대용 티슈를 엄청 많이 준비해서 가방에랑 호주머니에 항상 넉넉하게 가지고 다니겠다. 괌은 왜 이렇게 냅킨인심이 야박한건지. 뷔페에서는 수저셋트가 깔린 냅킨 한 장이 고작이고 식당 어디서도 냅킨은 없다. 직원에게 요청하면 한 장 or 두 장이 전부. 뷔페에서만 그런 줄 알았더니 로비에 있는 커피숍도 마찬가지였다. 그냥 내 호주머니에 빵빵하게 챙겨다니는게 제일이다. 그걸 자기가 해서 나 신경 안 쓰이게 하겠단다.

등등..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는 지금도 통화하면서 하나씩 생각나는걸 얘기하면서 내년에 다시 가는 걸 기정사실화 시키려 하고 있다. 하긴. 동생은 간만의 해외여행이니 무지 좋았을테고 나도 온전히 휴가만 온거라 너무 좋았고. 4박6일동안 줄기차게 먹었던 뷔페의 김치랑 깍두기 생각이 난다. 괌PIC 뷔페가 김치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했는데.. ^^

근데 언제쯤 다시 갈 수 있으려나. 일단 여행자금부터 다시 모아야겠다. 지금 잔고는 개털이니.

생각날때 가고싶을때 훌쩍 떠날수 있는 삶은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