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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 아침이다. 숙소에서 보는 바다는 처음 봤을때 그대로인데 내 마음은 그때랑 다른거 보니 이제 휴가가 끝나가긴 하나보다..

오늘도 동생이랑 나는 서둘러야 한다. 오늘은 PIC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키즈클럽에 가기로 한 날. 애들 깨워서 씻기고 꼼꼼하게 선크림 발라주고 수영복 입혀서 비치가운 챙겨넣고 밥 먹으러 gogo.
오늘은 꼭 시헤키랑 사진도 찍어줘야지 하면서 뷔페로 내려왔는데 어머나. 아직 시헤키가 출근전인가 보다. 그럼 일단 식사 먼저. 근데 밥을 다 먹고 나왔는데도 없다. 생각해보니 얘를 본건 매번 아침 9시가 넘어서였던것 같다. 그럼 꽝이다. 애들은 9시에 키즈클럽을 가야하고 내일 9시에 우리는 한국에 있을테니까. 아쉽지만 움직이는 시헤키 말고 그냥 플라스틱 시헤키랑 사진 찍는걸로 만족이다.

키즈클럽은 매일 오전 9시에 접수를 시작하고 무조건 아이랑 같이 와야하고 오전반, 오후반, 종일반으로 나눠서 신청할 수 있다고 했다. 인원수 제한은 없다니 다행이다. 안 그러면 부지런한 부모님들한테 밀려서 접수 한 번 못해보고 돌아갔을수도 있었으니까. 아이들이 낯설어할까 걱정되서 오전반으로 하고 12시 30분에 픽업하러 오기로 하고선 꼼꼼하게 서류도 작성했다. 알러지 유무도 체크하고 이것저것 아이에 대해 물어오는걸 보니 믿음이 간다. 언니라고 동생 손 꼭 잡고 들어가는 작은애 뒷모습이 대견하고 기특했다.



애들을 보내고 우리는 괌에 가면 다들 간다는 K마트를 다녀오려고 서둘렀다. 가이드분한테 받은 한인택시 전화번호도 있고 또 카톡으로 콜하는 법도 배웠으니 오고 가는건 문제없다. 카톡에서 괌 7788 에게 <PIC 에서 K마트, 2인> 이라 톡하니 금방 <4분뒤 도착> 이라는 톡과 차번호판 사진이 왔다. 가격도 정찰제. 저 거리는 8달러란다. 금방 타고 금방 가서 잘 돌아보고 잘 쇼핑하고 왔다. 스팸이 진짜 종류별로 다양하고 초콜릿도 엄청 다양하게 많았다. 가격도 싸고. 가이드분 말로는 첫날 시내에서 들른 샵이 K마트보다 단돈 몇 센트라도 더 싸다고 했는데 그 말을 의심하는건 아니지만 거기선 너무 정신이 없었고 여긴 한가하게 둘러볼수 있어서 훨씬 좋았다. 그리고 공항 기념품샵보단 여기가 훨씬 쌌다. 주위에 줄 초콜릿이랑 몇 가지 기념될만한걸 구입하고 계산. 여기선 비닐봉투 없고 무조건 부직포가방 같은걸 1달러에 사야한다. 아니면 장바구니 챙겨오거나. 쇼핑후 다시 택시콜~ 4분뒤에 도착한단다.

리조트로 돌아와서 룸에 짐 가져다놓고선 로비 카페에서 처음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어찌나 시원하고 좋던지. 휴가와서 애들 없이 이런 한가로운 기분을 퇴실하는 날이 되서야 즐기다니. 그러고보니 동생이랑 내 휴대폰엔 애들 사진뿐이다. 이따가 키즈클럽 다녀오면 애들 데리고 예쁜 원피스 입혀서 바다배경으로 예쁜 사진 찍어주러 갈 계획이고.. 쩝..

잠깐 둘이서 커피 마시면서 로비에서 사진 몇 장 찍고나니 애들 픽업시간이다. 혹시나 재미없어했으면 어쩌나 생각하면서 데리러 갔더니 얼굴이 아주 상기가 되서 신나게 뛰어나왔다. 너무너무 재미있었단다. 햄버거랑 치킨도 맛있게 잘 먹었단다. 여기 햄버거랑 치킨 맛 없다던데.. ^^; 또 하고 싶다는데 애들만큼이나 우리도 아쉬웠다. 첫날부터 보낼껄 그랬어, 아님 종일반이라도.. ToT


숙소로 다시 컴백해서 예쁜 원피스 입히고 머리 빗겨서 부랴부랴 바닷가행. 애들은 어떻게 찍어도 다 예쁘다. 예쁜 옷을 입어도 예쁘고 타월을 뒤집어써도 예쁘고 웃어도 예쁘고 울어도 예쁘고 엽기표정을 해도 예쁘다. 반면 나랑 동생은 아무리 꽃단장을 하고 아무리 예쁜 표정을 지어봐도 건질만한 컷이 별로 없다. 얼굴이 괜찮으면 몸이 이상하고 몸이 괜찮으면 얼굴이 이상하다. 미쉐린타이어 마스코트가 더 사진발이 잘 받겠다. 이 정돈 아닌것 같았는데.. 거울이 이상한건지 내눈이 이상한건지 사진이 이상한건지 아무튼 뭔가는 이상한게 맞다. 그게 우리는 아니겠지 ^^;



바닷가에서 사진을 찍고 돌아오면서 혹시 인공수족관에서 하는 스노쿨링 강습을 들을수 있는지 확인해보니 마침 된단다. 얼른 3시 타임을 예약하고선 다시 수영복을 갈아입고 스노클링 마스크도 챙겨서 내려갔다. 지난 태풍때문에 다 중단이었다가 순서대로 복구되었는데 인공수족관은 8월까지 계속 중단으로 떠있어서 못 해볼까봐 걱정했더랬다. 작은애는 겁도 없이 신나게 물속에서 강습받은대로 동동 잘 떠다닌다. 작은 물고기도 보고 산호도 봤다고 자랑했다. 조카처럼 어린 애들을 위해 패들위에 엎드려서 물 속을 볼 수 있는 기구도 있었는데 겁이 많은 조카는 그것도 싫다고 해서 동생이 많이 아쉬워했다. 부모는 최대한 많이 보여주고 많이 체험시켜주고 싶어하지만 애들이 안 따라주면 별 수 있나. 속상한건 부모뿐이다. 세월이 많이 지난 어느날 문득 생각나고 그땐 비로소 알겠지만 말이다.


스노쿨링까지 끝내고 메인풀로 오니 마침 또 PIC 메달게임이 시작됐다. 작은애도 조카도 줄을 섰다. 오늘 게임은 풀장에 있는 골대에 공을 던져 골인시키는것. 근데 골키퍼 덩치랑 민첩함이 장난이 아니다. 누누히 얘기했지만 게임엔 직원들 모두가 최선을 다하기에 봐주는것 없다. 요행을 바라거나 진짜 능력자이거나. 작은애는 오늘 요행을 잡았고 조카는 요행이 빗나갔다. 서러운 눈물. 그래도 다시 한 번 은 없다. 야박하기도 하지 ^^; 메달을 받은 작은애는 의기양양이다. 첫날 메달로 보물찾기 할때 좀 열심히 찾아볼껄. 그랬으면 조카 하나 줬을텐데. 대신 언니메달 목에 걸고사진 하나 찍어주는 걸로 작은애가 생색내면서 인심쓴다.

마지막으로 카약 한 번 더 타고 물놀이 좀 더 하다가 다음을 기약하며 3일간의 물놀이를 마무리 했다.

숙소에 가서 깨끗하게 씻고 젖은 건 전부 건조기에 넣어두고 그 사이에 우린 저녁 먹고 건조된 빨래 찾아와서 애들은 놀기, 우린 짐싸기 시작이다. 항상 올때보다 갈때 짐가방은 더 무겁고 더 엉망이고 더 복잡하다. 혹시나 두고오는거 있을까 점검에 점검. 새벽비행기라 late check out 이다. 11시에 로비로 내려가니 우리같은 팀들이 꽤 있다. 체크아웃 하는 직원분이 한국계라 마음 편하게 체크아웃을 했다. 말이 자유롭게 통한다는게 이렇게 좋은건가 보다.

차를 타고 공항으로 가면서 가이드분이 몇 가지 당부를 한다. 한국으로 갈때 가져가면 안 되는 것들, 되는 것들 기타 등등. 갑자기 K마트에서 샀던 괌 인스턴트 라면 두 봉지가 생각났다. 가이드분께 물어보니 놉! 큰애 한 번 맛보여주려 했는데.. 쩝. 그냥 가이드분 드렸다. 나같은 사람이 간혹 있는지 가이드분도 능숙하게 받으신다.
짐 부치고 출국수속하니 12시 전이다. 이젠 새벽 2시 30분까지 무조건 대기다. 온 몸이 노곤노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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