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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이야기

어려운 시기다..

레스페베르 2023. 12. 27. 15:30

경기가 많이 안 좋다고 한다. 아니 안 좋다. 예전에 서방이 회사를 다닐때는 직접적으로까지 느껴지진 않았는데 매장을 시작하고부터는 경기가 좋네 안 좋네 가 거진 실시간 온몸으로 느껴진다. 요즘같아선 예전에 회사 다니던 시절이 너무너무 그립기까지 하다.

1998년 IMF 이후로 경기가 좋았던 때가 있었나 싶지만 지나고 보니 그 와중에도 분명 좋았던 시기가 있었던것 같다. 항상 지금이 제일 어려운것 같았는데 지나고 보면 그때보다 지금이 더 어려운것 같다. 경기가 좋다라는 말이 언제쯤 들릴지 모르겠다. 나 살아생전에는 들을수 있을까 싶다.

아이들은 아직 한창 돈 들어갈 시기고 우리의 노후도 준비해야 하는데 나이들어가는 부모님들의 아슬아슬한 노후도 신경쓰인다. 요즘같아선 가끔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다. 내가 이럴때 서방은 더 그렇겠지. 어젯밤에도 문득 새벽에 잠이 깨서 이 생각 저 생각으로 잠을 설쳤다고 했다. 가슴이 막 쪼그라드는것 같다.

가끔 과거를 미치도록 후회한다. 그때 회사 그만두지 말껄, 그때 오라고 할때 갈껄.. 전업이라는 이름으로 주저앉아버린지도 벌써 10여년이 훌쩍 넘다보니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나 스스로도 바깥세상으로 나갈 엄두가 잘 안 난다. 아니, 솔직히 좀 무섭기도 하다. 작은애가 엄마가 없는 빈 집에 들어오기 싫다는 단호함뒤에 비겁하게 숨어있는것 같기도 하다.

나 대학졸업반때 아빠가 갑자기 아파서 쓰러졌었다. 설상가상 경제적으로도 큰 문제가 생기면서 진짜 그때 우리집 길거리에 나앉는줄 알았던 때가 있었다. 아빠는 병원 중환자실에  의식없이 누워있고 그때 엄마가 나랑 동생앞에서 우리 이제 다 죽는다고 대성통곡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평생을 할아버지 그늘에서 아빠 그늘에서 곱게만 평탄하게만 살아왔던 엄마한테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고 하늘과 땅이 무너지는 것 같았겠지.

그때 결심했었다. 집안의 기둥은 언제나 두 개여야 한다. 가정을 위해서 부모는 언제나 단단한 두 개의 기둥이 되어서 하나가 흔들려도 다른 하나는 지붕을 받쳐서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절대 엄마처럼 되지 않겠다고.

그런데 지금 나는 어떨까? 기둥은커녕 바람에 나부끼는 갈대만도 못 한거 같다. 그때의 엄마나 지금의 나는 뭐가 다르지? 멘탈도 경제력도 다 바닥이다. 나 역시 서방만 바라보면서 좋게 포장하면 엄마로 와이프로 주부로 사는거고 정확하게 말하면 서방만 쳐다보고 사는 경단녀다. 어느날은 그런 스스로가 너무 한심해서 미치겠다. 내 스스로 선택했는데 말이다. 애들을 위해서였다는 핑계뒤에 숨어서 되돌릴수 없는 과거의 선택만 후회하고 원망하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뉴스에서 나오는 자영업자 어렵다는 뉴스들, 경기가 안 좋다는 뉴스들, 쉽게 풀리지 않을것 같다는 뉴스들이 마음을 어지럽힌다. 오랜 불경기가 오랜 내 트라우마를 마구 헤집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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