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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부모님

반박자 늦는 엄마의 타이밍..

레스페베르 2023. 12. 30. 15:30

조카가 유치원 겨울방학 얼마후에 바로 A형 독감에 걸렸다고 얼마전에 동생이 전화해서 하소연했다. 그리고선 한동안 소식 무.. 애 간호하랴, 같이 놀아주랴, 삼시세끼에 간식 챙기랴 바쁠꺼라 생각했고 나도 바빴고 내가 원래 전화 잘 안 하는 스타일이라 그렇게 무심하게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오늘 간만에 동생한테 전화가 왔다.
Hi~ 반갑게 인사했는데 잔뜩 목쉰 소리가 돌아왔다. 조카가 독감판정 받은 다음날 오후에 동생도 바로 직방으로 걸렸다나. 조카는 독감예방접종을 했는데 동생은 안 했어서 괜찮겠냐 걱정했더니만 현실이 되버렸다. 괌 다녀와서 한다더니 차일피일 하다가 은근슬쩍 넘어가버렸으니 누굴 탓할까. 아무튼 그래선지 앓는 정도가 남달랐나보다. 응급실에 가서 링겔까지 맞았다고. 근데 집근처 병원들은 전부 자리가 없어서 거절되고 다른 동네 수소문해서 간신히 다녀왔다고 했다. 독감이 유행이라더니 진짜 그런가보다.  

문제는 애도 아프고 엄마도 아픈데 연말이다보니 동생신랑도 바쁘고 시부모님도 두 분 다 독감으로 나란히 앓아누우시고 전염될까봐 엄마랑 아빠도 못 가니 총체적 난국이었던거다. 결국 동생신랑이 총대 매고 어찌저찌 간병 겸 애 케어겸 몇 일간 하긴 했는데..

근데 진짜 동생이 속상해한건 독감판정 직후부터 몇 일간을 우리 어머니께서 하다못해 반찬 한 번, 죽 한 번도 해다주질 않으셨다는거다. 예전 코로나때처럼 그냥 현관앞에 놓고만 가면 될텐데 독감판정 받은 직후에 한 통화에서 동생이 옮으면 안 되니 오지말라 했다고 몇 일간 감감무소식인건 좀..

그동안 밥은 어쨌냐니까 애랑 서방은 배달음식으로 때웠고 자긴 계속 입이 써서 입맛도 없어서 그냥 대충 애 먹고 남은거 조금 먹고말고 그랬단다. 어제는 갑자기 엄마가 옛날에 끓여주던 김치죽이 생각이 났다고. 그래서 엄마한테 전화했더니 밖에 나와있어서 안된다고 거절당했다나. 이래저래 서러워서 하소연하려고 나한테 전화한거다.

그냥 맨날 엄마가 하는 말이랑 행동인데 지금은 또 마음이 그냥 그러네~ 라고 했다. 병 주고 약 주고 또 병 주고 또 약 주고 엄마가 그렇지 뭐 하고 웃고 말았다.

아예 안 챙겨주는게 아니다. 엄마가 기분 내킬때는 생각도 못하게 챙겨주는데 이게 우리가 도움이 필요할때랑 항상 교차가 되는건 아니다보니 이렇게 서운할때가 생기는거다. 어쨌거나 그날 저녁에는 반찬이랑 이것저것 해서 가져다줬다는데 타이밍이 쪼금 안 맞긴 했다. 예전에 아주버님네랑 어머니도 그 타이밍때문에 종종 마찰이 있곤 했는데 동생도 엄마랑 그러고 있다. 어차피 해주실꺼면 기왕이면 생색도 좀 나게 타이밍도 말도 적재적소에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건 나도 자식이라 그런것같다.

정신없이 몇 일을 앓고 간신히 몸이랑 정신을 추스려서 나와보니 애는 꾀죄죄하고 집은 난리법석이고 냉장고는 텅텅 비어있으니 이래저래 많이 속상했었나보다. 그저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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