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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이야기

밥상머리 교육..

레스페베르 2024. 3. 15. 15:30

서방이랑 나랑 결혼해서 지금까지 다퉜던 일의 원인중 90%는 먹는 것 때문이었을꺼다. 너만 많이 먹고 나는 적게 먹냐? 한식이냐 양식이냐? 너만 먹고 나는 안 주냐? 그런 차원이 아니라 먹는 것 자체에 대한 의미 부여가 서로 너무 다르고 그걸 표현하는 방식이 너무 극과 극이어서였다. 그리고 그건 과거형이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좁혀지지 않는, 서로의 다름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인정하지 못 하는 현재형이기도 하다.

일단 우리 부부는 먹는 걸 좋아하고 맛있는걸 좋아한다. 서방은 한식, 육식파지만 나머지 종류도 어지간한건 다 먹고 본인이 안 좋아해도 상대가 좋아하면 같이 먹는다. 나는 한식, 중식, 일식, 양식 등등 안 가리지만 기본적으로는 채식과 생선파다. 그외는 서방과 같다. 그래서 먹는 메뉴에 대한 갈등은 비교적 없다.

다만 문제는!!
서방은 음식이 맛이 없으면 표정관리가 잘 안 된다. 뭐라고 진상을 피는건 아니지만 좀 뚱해진다고나 할까. 급속히 말수가 준다. 음식점에서야 다시 안 가면 되니 그만이다. 주인이나 직원이 옆에서 지키고 있는것도 아니니까. 근데 이게 우리집, 어머니집, 엄마집, 아주버님네, 동생네 등등 에서도 표정관리가 잘 안 되니 문제다. 만든 사람의 정성과 노력을 생각해서 군소리 없이 입맛에 안 맞아도 예쁜 표정으로 그냥 먹어주면 참 좋겠는데 뚱~한 표정으로 깨작깨작 먹으니 보는 사람이 불편할수밖에 없다.

나는 수많은 식사중 한 끼 맛없을수도 있고 내 입맛이 아닐수도 있다는 주의다. 그러니 그냥 먹어라, 다음 식사때 맛있게 먹으면 되지, 만든 사람의 정성과 노력을 생각해서 맛없어도 군말없이 먹어라 인데 서방은 맛없는 밥을 먹으면 기분이 너무 안 좋아진단다. 음식에 대한 예의가 없다는 생각이 들고 뭔가 푸대접을 받는것같은 기분이 든단다. 개인적으로는 진짜 못된 버릇이라 생각한다. 생전에 아버님이 밥상에서 항상 이건 좀 짜다, 이건 싱겁다, 이건 달다 꼭 한 마디씩 토를 다셨다고 들었다. 어머니는 다음 번에 음식할때 더 잘 하라는 뜻으로 아버님이 그런거라 변명하셨지만 나는 아버님의 밥상예의가 아주 잘못된거라 받아쳤었다. 고생해서 차린 밥상에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해놓고선 어디서 이래라 저래라 토를 다냐고 말이다. 아버님과 어머니가 그렇게 했기때문에 서방도 못된 버릇을 가졌다고 팩폭했다. 아주버님은 아버님이 밥상에서 매번 지적하던 그 잔소리가 너무너무 싫었어서 자긴 절대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단다. 그래선지 음식이 짜건 싱겁건 달건 쓰건 일체의 덧붙임이 없다. 형제가 완전 극과 극이다.

내가 하도 뭐라고 하고 많이 다투기도 해서 요즘은 본인도 많이 자제하려고 하고 또 내 음식솜씨도 늘었다보니 예전보단 그런 일이 엄청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완전히 사라진건 아니다. 일 년이면 한 두 세 번은 감정싸움이 난다. 양가 부모님네랑 동생네야 나보단 음식실력이 더 좋으니 그럴 일이 별로 없지만 일년에 명절 두 번과 제사 한 번을 지내는 아주버님네는 갈때마다 몇 번씩 신신당부를 하고 또 한다. 제발 조용히 입 다물고 밥 먹으라고 말이다. 뚱한 표정 짓지말고 주위 사람 신경쓰이게 하지 말라고.

어릴때부터의 습관이란게 진짜 이렇게 무섭다. 다행스럽게 큰애랑 작은애는 엄마가 음식에 대해 뮈라하는 지적질과 태도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잘 알기에 절대 그러지 않는다. 짜면 조금씩 먹으면 되고 싱거우면 김치나 다른 반찬을 더 먹으면 된단다. 입맛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인정하고 음식은 만든 사람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어야 한다고 지 아빠를 가르친다. 우리집 애들한테 oo랑 **랑 만든것 중에 누구께 더 맛있어~ 하고 물으면 두 개가 스타일이 달라서 누구것이 더 맛있다고 말못해~ 라고 답한다. 우문현답이다. 내가 맨날 어머니 아들보다 내 아이들이 더 낫다고 하는 것중 하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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