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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이야기

비어있는 경비실..

레스페베르 2018. 1. 21. 15:13

잠깐 외출한 사이에 등기우편이 왔었다고 메모가 붙어있다. 경비실에 맡겨뒀다는데 몇 번을 왔다갔다 해도 아저씨가 안 계셔서 허탕을 쳤다.

우리 아파트의 경비아저씨들은 바쁘기로 이 근방에서도 유명하다고 한다. 원체 잡무가 많다보니 경비실에 앉아계시는 모습을 보기 힘들때가 많다.

우리가 처음 이 아파트로 이사왔을때는 한 동마다 있는 초소에 경비아저씨가 두 분 계셔서 하루씩 교대로 근무하셨기에 지금같은 경우가 별로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인가부터 인건비가 어쩌고 하면서 아파트에 주민의견을 묻는 설문지가 가끔 돌더니 두개 동을 하루씩 번갈아가면서 경비아저씨가 계시는 걸로 바뀌었다. 휴식시간도 늘면서 초소에 계시는 경비아저씨들 보기가 힘들어졌다.

그렇게 몇 번 휴식시간을 조정해나가더니 지난 연말에는 급기야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된 설문지가 집집마다 돌았다. 평소에는 그런 설문을 무심코 넘겼는데 이번것은 앞에 뭔가 부연설명이 엄청 길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관리비 인상이 불가피하니 몇 가지 방식중 한 가지를 주민들이 고르라는 건데 제일 작은 인상분이 월 3천원 정도, 최고 인상분이 1만원 정도 였던걸로 기억한다. 지금처럼 휴식시간을 이용해서 기존 인력 활용시가 5천원 정도였고 예전 방식은 8천원, 1만원 순이었는데 문제는 최저 3천원 인상방식이었다. 인력도 감축하고 휴식시간도 늘리고 저녁 10시 이후는 정문과 후문을 제외한 나머지 초소는 비우는 방식인데 비상시는 24시간 운영되는 관리실 소속의 기계실 직원들한테 연락하라는 거였다.

당연히 그 안은 아웃일꺼라 생각했는데 몇 일후에 나온 공고문에는 그 안이 통과되었다고 나와있었다. 대다수가 최저 인상안을 고른거다.

2018년 새해에 공고된 건 그 안을 조금 정리하고 수정한 거였다. 그리고 그 공고문 하단 마지막 문구는 이랬다.

" 여러 가지 면에서 다소 입주민의 불편이 예상될 수 있으나 그래도 빠른 관리 정착을 위한 입주민 여러분의 많은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

공고문이 붙은 중앙현관 앞을 지날때나 야간에 비어있는 경비초소 앞을 지날때마다 마음이 참 안 좋다. 말이 좋아 조기퇴근이고 휴식시간인것 뿐이다. 결국 인력이 감축되서 몇몇 분들은 그만두신 것 같다. 그리고 우리 아파트 구조상 경비아저씨들이 그렇게 길게 휴식을 취할 만한 마땅한 곳이 따로 있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다. 결국은 입주민들이 돈을 최소로 내기 위한 하나의 편법일 뿐인거다.

최저임금 인상 이후로 간혹 뉴스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상생의 아파트가 우리 아파트가 아닌게 많이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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