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미역냉국을 만들었다. 아이들은 별로 안 좋아하지만, 그리고 나도 별로 안 좋아하지만 서방은 좋아해서 여름이면 가뭄에 콩 나듯이 가끔 만들곤 한다. 문제는 얘가 만들때마다 맛이 다르다는 거다.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간 맞추는게 복불복이다. 레시피대로 정확하게 넣는데도 할때마다 달라지니 말이다. 요리똥손인 내가 제일 힘든게 단맛과 짠맛, 신맛을 조화롭게 해내는 거다. 그게 바로 냉국이고 말이다. 레시피대로 미역 불리고 데쳐서 미역 2줌에 설탕 2스푼, 식초 3스푼, 국간장 1스푼, 다진 마늘 넣고선 물 1L 부었는데.. 밍밍하고 달지도 않고 시지도 않고 짜지도 않는 희한한 냉국이 나왔다. 계속 간보면서 설탕 넣고 식초 넣고 소금 넣고 했더니 나중엔 무슨 맛인지도 모르겠고 국물도 엄청 줄어들어 있었다...
나는 경력으로만 따지면 무시못할 짬밥이긴 하지만 내실은 별로 없는 주부다. 그중 하나가 요리.. 그 요리중에서도 절대 흉내 못 내는 나랑 상극의 요리가 두부조림, 수제비 다. 그리고 오늘 간만의 두부조림. 두부 한 모에 양념장 올리고 물 한 컵 붓고 중불에서 10분간 조리라는데.. 20분이 다 되어가도록 조려도 사진에서 본 비주얼이 안 나온다. 이를 어째야 하나 싶다.. T.T 어떻게 요리조리 간신히 조려낸 두부조림.. 접시에 담으니 비주얼은 얼추 나온다. 국물이 너무 졸아서 조림팬 바닥 긁어댄건 안비밀.. ^^;
우리집 저녁식사에 자주 올라오는 것 중 하나는 부대찌개다. 서방이랑 애들도 좋아하고 별다른 밑반찬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니깐 나도 편하고 좋다. 이제까지 끓여본게 수십 번은 될테니 이제 그만하면 감으로라도 양념장은 만들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도 매번 찌개를 끓일때마다 요리책을 펴야 하는게 문제이긴 하지만.. ^^;; 희한하게도 어떤 날은 국물이 홍수고 어떤 날은 가뭄이다. 어떤 때는 간이 너무 딱 맞고 어떤 때는 아무리 애를 써도 싱겁고 밍밍하고 그렇다. 그래도 우리 큰애는 이 세상에서 엄마가 끓여주는 부대찌개가 제일 맛있다며 매번 국물까지 싹싹 긁어서 밥이랑 비벼먹는다. 그래서 너무 고맙고, 그래서 더 노력중이다. 이번 주 비오는 날 저녁에 한 번 더 끓여야겠다. 큰애 좋아하는 라면사리랑 작은애 ..
난 요리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맛있는 걸 먹는건 좋아하지만 직접 하는건 귀찮고 싫다. 요리감각도 그저 그런 편이고 손은 느리니 음식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엄청 길고 요리책이나 스마트폰을 내내 옆에 끼고 있어야 한다. 그러다보니 문제는 애들한테 너무 미안할 때가 많다는 거다. 어떤 엄마들은 집에서 베이킹이니 뭐니 해서 수제로 과자나 빵도 해주고 현장학습 도시락도 인터넷이나 잡지에 나오는 푸드스타일리스트처럼 싸주는데 말이다. 그런데도 엄마가 해주는게 최고 맛있다는 애들을 보면 정말 미안하고 고맙고 그렇다. 물론 고마운 마음과 요리하는 마음이 같이 움직이지 않는게 문제이긴 하지만.. 오늘은 진짜 오랜만에 큰애가 원하는 라볶이랑 작은애가 원하는 떡볶이를 섞어서 직접 만들어줬다. 떡이랑 라면 익는 시간을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