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거울을 볼 때마다 손이 근질근질한다. 앞머리 쪽에 삐죽삐죽 튀어나와 있는 흰머리 때문이다. 꼭 잔디인형 같다. 뒷머리 속을 들추면 길고 두껍고 선명한 흰머리가 뽑기 딱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미용실에서 흰머리 뽑지 말라고 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그걸 뽑으면 어차피 다시 자랄 거고 그럼 다른 머리카락이랑 자라는 주기가 안 맞아진다고 하더니 앞머리 쪽은 이 얘길 했던 건가 보다. 예전에는 몇 개 없으니깐 쉽게 뽑아서 감춰졌던 게 이젠 우후죽순이니 뽑으면 휑~ 해질 거고 안 뽑으면 새로 나는 것들이 삐죽삐죽 웃기는 모양새다. 그나마 뒷머리 쪽은 잘 안 보이니 몰랐는데 우연히 애들이 날 찍은 뒷모습을 보곤 충격을 받았다. 뒤쪽도 흰머리가 제번 가닥가닥 자리를 잡고 있는 거다. 하필 약간 위쪽에서 찍힌 ..
이마라인을 따라 흰머리가 제법 많이 나고 있다. 그것도 삐죽삐죽. 이래서 흰머리를 뽑지 말라고 하는거였나보다. 다른 머리랑 성장주기가 달라져서 어쩌고 저쩌고 하더니만. 머리모양이 꼭 큰애 낳고 백일쯤 지났을때 같다. 앞에 있는 것들은 그냥 봐도 보이고 옆이나 뒤나 속에 있는 것들은 드라이 하고 난 후에 전부 뒤집어졌을때 보인다. 언제 이렇게 흰머리가 많아졌나 싶다. 간혹 보였던게 그냥 거울만 봐도, 찾지 않아도 보인다. 머리숱은 줄고 머리카락은 가늘어지고 정수리는 비고 흰머리는 여기저기 자리잡고 있다. 이젠 누구도 새치 있네 라고 안 한다. 언제 이렇게 흰머리가 늘었어 라고 하지. 엘리베이터 거울은 이 세상에서 제일 정직한 거울인것 같다. 내 머리에 흰머리가 얼마나 많은지 적나라하게 다 보여주니까 말이다..
쇼파에 앉아있는데 서방이 내 무릎에 기대 누웠다. 습관처럼 서방머리를 만지작거리다가 눈에 띄는 흰 머리카락을 몇 개 뽑았다. 얼마후에 테이블위를 보니 뽑아낸 흰 머리카락이 제법 쌓여있었다. 머리카락 뭉치가 하얗게 보일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서방머리는 변한게 없었다. 보통은 이정도 뽑았으면 적어도 그 부분은 흰 머리가 안 보이는게 정상인데 오늘은 아니다. 아직도 흰 머리는 엄청 많이 보이고 그걸 다 뽑았다간 서방이 대머리가 될 지경이었다. 언제 이렇게 흰 머리가 늘었나 싶었다. 원래 군데군데 새치가 있던 나랑은 다르게 서방은 흰 머리가 거의 없었다. 머리카락도 굵고 직모인데다 까만 머리카락이 반질반질 윤기가 났었는데 머리카락도 많이 가늘어졌고 흰 머리도 제법 많이 보이는게 나이든 티가 났다. 그나마 변하지..
이 세상에서 흰머리가 제일 잘 보이는 곳은 아마 우리아파트에 우리라인 엘리베이터 속 거울일꺼다. 곱게 화장하고 기분좋게 나서는 길에 꼭 마주치는 엘리베이터 속 거울은 언제나 얼굴상태도 정직하게, 정수리쪽 흰머리들은 더 정직하게 보여준다. 무시하지 못 하고 그거 뽑으려고 머리카락을 헤집다보면 엘리베이터를 내릴때쯤 머리는 산발이 되기 일쑤다. 행여 타이밍 잘 못 맞추면 문이 열렸는데도 머리카락을 잡고 있다가 다른 사람이랑 마주치는 민망함도 덤이고.. T.T 그나마 집에 들어올때는 머리카락 잡은채로 그냥 들어온다. 도저히 놓칠수가 없어서 그대로 들어오자마자 안방화장실행. 세상에서 두 번째로 흰머리가 잘 보이는 곳이다. 세면대앞에서 한참 헤집다가 눈이 빙빙 돌때쯤 포기하고 나오면 참 여러가지 생각들이 든다. 내..
마트에 장을 보러갔다가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다. 고등학교 2학년과 3학년을 같이 보냈고 따로 대학을 다닐때도 매달 1번씩은 꼭꼭 모임에서 만나던 친구다. 결혼해서 각자 자리잡은 곳들이 바로 근처다 보니 평소엔 바빠서 자주 못 보는데도 가끔 약속하지 않고 장 보다가 마트에서 마주치곤 한다. 그리곤 잠깐의 수다와 안부, 헤어짐이 지금 우리 만남의 전부다. 여고생, 대학생, 직장인의 모습을 거쳐 지금 우리는 중년의 아줌마 혹은 학부모의 모습으로 서로를 만난다. 그리곤 서로의 모습에서 내가 나이들어 가고 있음을 새삼 확인하곤 한다. 오늘 우리는 그 짧은 시간에도 병원 검진부터 흰머리, 이젠 몸이 옛날같지 않다는 한탄, 서방들 근황에 커가는 애들 근황, 장바구니 물가걱정까지 잽싸게 주고받고선 다음에 만나서 차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