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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네 집에서 엄마랑 동생이랑 11시쯤에 이른 점심을 먹었다. 아빠는 친구분 만난다고 나가시고 오랜만에 셋만 있는 시간이다. 날씨도 좋고 꽃도 예쁜데 집에만 있기에는 심심해서 나가서 차 마시자고 살살 꼬드겼더니 둘다 못 이기는척 그러자고 따라나선다. 엄마는 둘이 나갔다 오라하지만 그럴수야 있나.. 배부르게 밥도 먹고 했으니 소화도 시킬겸, 내가 맛난 차 쏜다고 했더니만 주섬주섬 옷도 갈아입고 립스틱도 바르고 나갈 준비를 한다. 그렇게 신나서 셋이 집을 나섰다. 꽃구경 하면서 좀 걷다가 예쁜 카페에서 차 한 잔 마시고 들어오기가 오늘 외출의 목적이다. 그리고선..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어디선가 풍기는 정말 맛있는 냄새때문에 셋이서 동시에 멈췄다. 무시하고 지나가기에는 정말 너무 구수하고 달콤한 향이다. 어디서 나는지 두리번두리번. 셋이 길거리에서 킁킁거리면서 고개를 돌려대는 모양새가 웃겼을거다. 범인은 우리가 걷던 길가에 위치한 카페. 간판도 눈에 잘 보이지 않고 건물도 평소에 그냥 무심히 지나치던 폐업한지 오래된 병원건물이라 그 앞에 서서도 잘 몰랐던 거다. 가게앞 인도에 덜렁 서있는 조그만 갈색 주차표지판에 [BrownHands] 라고 써 있는 걸 보고서야 자세히 보니 문닫았던 그 병원건물이 브라운핸즈 라는 카페로 바꿔서 문을 열고 있는 거다. 지나치기에는 빵냄새의 유혹이 너무 강했나보다. 산책이고 뭐고 바로 카페로 들어가자는데 셋다 의견일치다. 이럴때보면 우리는 참 마음이 잘 맞는 모녀들이다.. ^^
카페를 오픈할때 기존의 병원건물을 외관, 내관 할것없이 거의 그대로 썼는지 입구에서부터 예전에 병원이었던 티가 팍팍 난다. 실내 인테리어도 일부러 컨셉을 그렇게 잡은 것 같다. 곳곳에 놓여있는 싱싱한 큰 화분들이랑 햇빛이 밝게 들어오는 창문, 깨끗하게 정돈된 의자랑 테이블, 그리고 진하게 풍겨오는 맛있는 빵냄새가 없다면 아마 곤지암이랑 꼭 같을지도.. ^^ 오래된 건물이라는 티가 제일 많이 나는건 벽에 붙어있는 타일들인데 우리가 자리잡은 2층 창가쪽은 아마도 예전에 수술실이었던건지 벽이랑 바닥이 다 고풍(?)스런 타일들로 쫙 붙어있다. 꼭 옛날 드라마 병원 세트장같다.
11시 30분에 오픈하는 곳인데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12시니까 밥 먹은지 한 30분정도 지났을 때였다. 아직 배는 가득 차 있는데 다들 막 구워서 오븐에서 꺼낸 빵냄새에 이성을 잃었는지 차랑 빵이랑 같이 먹자고 한다. 맛만 본다고.. ^^ 엄마는 아메리카노, 동생은 얼그레이 아이스티, 나는 캐리비안칵테일티를 고르고 정말 맛만 보기위해 크로와상 하나랑 뺑오쇼콜라 하나를 주문했다. 막 구워내서 식히고 있던 참이라 아직 진열장에 넣지도 않은거다. 1층에서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매장 이곳저곳을 살펴보니깐 작은 소품들도 팔고 있다. 필요성은 잘 모르겠는데 가격은 좀 세서 그런건 그냥 구경만..
차랑 빵을 가지고 2층으로 올라가니 엄마랑 동생이 창가에 자리잡고 앉아있다. 2층은 1층보단 한결 더 환한 분위기다. 인테리어는 같지만 창이 더 많고 햇빛이 잘 들어와서 그런것 같다. 3층은 2층이랑 비슷하고 4층은 테라스가 있다는데 바람도 부는데다가 4층까지 걷기엔 계단이 가팔라서 포기.
2층 창가자리에 앉아서 따뜻한 차랑 막 구운 빵을 먹는데.. 너무 맛있다. 커피랑 차는 평범하고 얼그레이 아이스티는 위에 달지않은 석류청을 얹은 것 빼고는 그냥 무난한 차맛이다. 그렇지만 크로와상이랑 뺑오쇼콜라는 겉은 바사삭, 속은 너무 부드러운 것이 층층이 찢어져서는 고소하고 담백하고 달달한 것이 계속 입안으로 들어간다. 금방 2개를 먹어치웠는데.. 다들 차가 많이 남았다. 아쉬운 분위기.. 1개씩 더 먹을까? 하니깐 기다렸다는듯이 그러잔다. 내가 쏜다 이건가?
크로와상으로 2개 할것인지, 크로와상이랑 뺑오쇼콜라 각각 1개씩 할건지 고민하면서 1층으로 내려왔는데 그새 오븐에서 새로 나온 페이글이라는 빵이 있다. 고민하다가 결국 종류별로 1개씩 시켰더니 원래 페이글에 발라먹는 1개의 크림을 종류별로 1개씩 4개 다 맛보라고 준다. 오픈하자마자 들어와서 빵을 5개나 주문해대니 서비스를 주는것 같다. 빵 3개를 보고는 어떻게 다 먹냐던 엄마랑 동생은 크림 4개를 이것저것 다 발라가면서 정말 맛있게도 다 먹어치운다. 2개 사왔으면 또 내려갈뻔 했다. 플레인이랑 블루베리 크림도 맛있었지만 바질이랑 어니언크림도 생각보다 페이글이랑 잘 어울리는 것이 꽤 괜찮은 맛이었다.
이제 슬슬 정리해야지 하는중에 아빠가 근처에 도착했다는 전화가 왔다. 얼른 와서 차 한 잔? 했더니 단번에 OK! 하신다.. T.T 3번째 내려가서 그레이트화이트차랑 또 크로와상 1개.. 받아서 올라왔더니 아빠가 와있다. 아빠도 점심 먹고 왔다면서 크림 발라 맛있게도 빵 하나 뚝딱했다. 우리가 여기 들어올때 12시였던걸 봤는데 나올때보니 2시다. 2시간동안 차 4잔이랑 빵 6개를 먹은거다. 것도 밥 먹고난 바로 직후에.. 울 엄마 원래 밀가루음식 안 좋아하는데 오늘 빵은 엄마가 제일 맛있게 먹은듯 싶다. 나이드셔서 입맛이 변했나? 아님 여기 빵이 그렇게 맛있었나? ^^
잘 먹었으니 좋긴 했지만 여기서 2시간동안 내가 낸 빵값이 아주.. 솔찮긴 하다.. ^^;;
오늘 제대로 바가지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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