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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큰애가 부대찌개가 먹고 싶다고 해서 장을 보러 나선 길이었다. 이것저것 찌개재료를 카트에 담다가 마트 한 쪽에 있는 반조리식품쪽에서 끓이기만 하면 되는 부대찌개를 보고선 급유혹을 느껴서 계속 밍기적거리다가 결국은 포기하고 돌아섰다. 한 번 된통 당했던게 갑자기 생각나서다.. ^^


벌써 몇 달 전 얘기다. 갑자기 서방이 동태찌개를 먹고 싶다고 하는게 아닌가. 흠.. 내가 가정요리쪽 분야에서 국이나 찌개가 비교적 강세이긴 하지만서도 딱 두 가지, 콩나물국이랑 동태찌개는 많이 약한 편인데. 그렇지만 서방이 먹고 싶다는데야.. 그러고 보니 동태찌개가 식탁에 올라온지도 횟수로 년은 되어가는듯 싶기도 했다.


결국 저녁식사 준비하러 마트로 gogo. 근데 동태찌개거리를 사러 수산물코너로 가는 내 눈에 뭔가가 확! 들어오는 거였다. 제목하야 [한번에 딱! 동태찌개]란다. 동태랑 이것만 있으면 준비끝이라는 홍보멘트가 아주 마음에 쏙 들었다. 아주 잠깐 고민했지만.. 성공과 실패 50대 50의 확율보단 최소한 실패는 없을것 같은 안전함에 더 큰 비중을 두기로 했다. 정말로 절대 귀찮아서가 아니라 실패하지 않기 위한 나름의 고심책이었던 거다.


냉동된 캐나다산 동태랑 한번에 딱!동태찌개 이 두개로 저녁식사 준비할 태세를 갖추고선 경건한 마음으로 포장지를 개봉했다. 동태찌개 안에 들어갈 양념장부터 각종 부재료까지 골고루 다 들어있는데다가 상태도 좋았다. 시든 채소도 없고 다들 싱싱한 것이 양념장까지 완비된 완벽한 상태니 육수도 필요없고 완전 기분 good. 일단 냉동된 동태를 꺼내 해동시키고선 깨끗하게 씻어서 손질하고 채소들이랑 추가로 더 넣을만한 것들도 다 준비해서 포장지에 적힌 설명서 순서대로 넣고 보글보글 끓였다. 마침 퇴근한다고 전화온 서방한테도 당당하게 저녁으로 동태찌개 끓인다고 통보까지 하고 말이다. 







그런데.. 찌개가 보글보글 끓어갈수록 뭔가가 살짝 불안한 느낌이 자꾸 드는거다. 비쥬얼은 완벽한데 그 찌개 끓는 향기가 뭔가 내게 익숙하게 다가오질 않는 기분. 한 숟가락 떠서 조심스럽게 간을 보니 Oh, my god! 뭔가가 아주 잘 못 됐다. 들척지근하고 느끼한 데다가 살짝 쓴맛도 도는 희한한 결과물이 나왔다. 뭐가 잘못된 건지 감도 못 잡겠다. 차라리 내가 간을 했으면 뭐가 잘 못 들어갔는지 짐작이라도 할텐데 이건 있는 양념장만 넣어버렸으니..T.T 급한대로 마늘이랑 후추랑 있는대로 집어넣고 고춧가루로 얼큰한 맛만 왕창 강조한 그런 찌개가 밥상에 올라왔다. 



결과는.. 애들도, 서방도 다들 뜨는둥 마는둥하고 말았다. 동태살도 맛도 없어서 정말 먹을거라곤 찌개속 콩나물이랑 두부정도? 결국은 소세지를 굽고 달걀을 굽고 김을 꺼내오는 걸로 저녁식사는 마무리됐다. 절대 실패없을 줄 알았던 동태찌개 한 냄비는 고스란히 음식물쓰레기통행이 되버리고.. 잔뜩 짜증이 나서 설겆이를 하는중에 서방이 날더러 도대체 찌개에 뭘 넣었는지 묻는다. 사실대로 이실직고 했더니만 어쩐지 우리집 밥상에선 안 나오는 희한한 맛이었다면서 애들이랑 같이 웃어댄다. 다시는 그런 뻘짓 하지 말란 핀잔과 같이..T.T


그렇지만! 

이제 다시는 그런 것 안사! 라고 하기엔 너무 편했었다.. --;; 장담은 못 하겠지만 확실한 것 한 가지는 국이나 찌개 끓일때 육수는 필수, 그리고 양념장은 간 봐가면서 조금씩 넣어보기, 아니다 싶으면 빨리 중단하고 다른 방안 찾아보기 등등 내 나름의 반조리식품 사용법을 새로 정립한 하루였다. 에고, 그래도 오늘은 그냥 내가 직접 끓이는 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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