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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쩍 아가씨, 도련님 이란 단어들이 뉴스나 인터넷에서 자주 보인다. 결혼하기 전까지 내가 알던 아가씨나 도련님이란 호칭은 TV속 사극에서나 듣던 소리였는데 결혼이란걸 하고서야 그게 서방의 손아래 여자형제, 남자형제를 부르는 현대의 호칭이기도 하다는걸 알았더랬다.
서방은 2남 1녀중 막내아들이고 다들 나랑은 나이차가 많이 나는 손위라 직계로는 내가 아가씨, 도련님이란 호칭을 쓸 상대가 없다. 문제는 명절이랑 제사때 만나는 서방의 사촌동생들. 서방이랑은 자그마치 10살부터 15살 차이가 나는 사촌여동생, 사촌남동생들인데 형님이 갓 결혼했을때가 다들 초등학생, 중학생 정도였었단다. 그래선지 형님은 처음부터 이름을 불렀었다. 'oo야' 라고 말이다. 그때 당시에는 아무도 그것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은 없었었다. 그러던게 내가 결혼한 직후 명절때 처음 지적이 된거다.
그땐 사촌동생들도 다들 어느정도 커서 군인, 갓 대학생 정도의 나이들이었는데 형님이 가족들 다 모인 자리에서 평소처럼 이름을 불러가며 안부인사를 하는중에 갑자기 시고모가 톡 끼여들면서 지적을 한거다.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며느리는 시누이나 시동생을 '아가씨', '도련님' 이라 불러야한다고 말이다. 아마 형님도 당황했을꺼다. 갓 결혼한 한참 나이어린 손아래동서가 참가한 첫 명절에서 새삼스러운 호칭지적이라니. 거기에 갑자기 어머니랑 작은어머니, 작은아버지까지 한 몫 거드셨다. 이제까지는 그러려니 했지만 이제 애들도 다들 성인이 됐으니 '아가씨', '도련님' 이라 부르는게 맞다고 말이다. 형님도 마른 하늘에 날벼락같은 소리였겠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새파랗게 어린 애들한테, 것도 서열상으로도 내가 손위인데, 내 상전도 아닌데 나더러 얘들보고 극존칭을 하라고? 아마도 새색시 얼굴표정 가관이었을꺼다. 난 그런거에는 포커페이스가 잘 안 되는 스타일이다. 형님이야 강산이 변한 만큼의 시간적인 노하우라도 있지 나는 생전 처음 맞닥뜨린 서방집에서의 내 지위(?)와 관련된 사항이니 더더군다나 예민했었던것 같다.
그치만 나름 충격적이었던(?) 그 사건 이후 그 문제가 어떻게 결론났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난다. 노련한 형님이 어떻게 넘겼는지도 잘 기억 안 나지만 지금도 여전히 형님은 이름을 부르고 있으니 어른들 뜻대로 되진 않았나보다. 그리고 나는.. 아예 안 부른다. ^^ 그리고 꼭 호칭을 써야할 때는 'oo씨' 라고 한다. 사촌동생들도 나를 부를때는 '저.. '로 말을 시작한다. 특히 남자사촌동생들은 더. 서로 존대하는, 그리고 서로 어색해하는 그런 관계다보니 트러블도 없고 딱 예의차리는 남같은 그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 나랑 시사촌들과의 관계는 이게 제일 나은거 같다.
어제 동생네랑 엄마집에서 밥 먹는데 동생이 얘기중에 'oo아가씨가 어쩌고.. ' 해서 내가 조선시대도 아닌데 뭔 아가씨타령이냐 했더니 동생도 짜증을 내면서 그쪽집 분위기가 그렇다보니 자기도 버릇됐나보다고 했다. 적어도 내 애들이 컸을때는 그런 어이없는 호칭들이 싹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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