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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등을 떠밀려서 작은애 학부모 설명회에 다녀왔다. 강당에서 하는 전체 학부모 설명회는 PASS하고 학급 설명회만 다녀왔다. 중요한건 작은애가 신신당부한 작품을 직접! 보는거니까 말이다.

시간 맞춰 도착하니 마침 강당에서 반으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엄마들을 보니 내 이럴줄 알았다 싶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다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풀셋팅된 모습들이다. 간간히 드물게 나처럼 청바지에 잠바, 운동화? 그나마도 작은애 반에는 그런 엄마가 나 하나뿐이다. 속으로 한숨이 나왔다. 청바지를 입어도 구두는 신을껄 싶었다. 작년보다 한 술 더다. 일 년에 꼭 두 번 명품백을 살까말까 고민하는데 한 번은 학부모 설명회고 나머지 한 번은 공개수업이 있을때다. 중요한건 외향이 아니라고 되뇌이지만 자꾸 눈길이 가는건 어쩔수 없다. 내 속의 속물근성이 자꾸 튀어나오는것 같아 기분이 안 좋다.

큰애때는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작은애때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명품마크로 휘감은 사람이 너무 많다. 그리고 다들 젊다. 반에서 나랑 비슷하거나 위로 보이는 사람 딱 한 명 봤다. 에휴..

교실 칠판에는 아이들이 그린 엄마, 아빠 얼굴이 붙어있었다. 이름은 다 가려놨다. 엄마가 자기애 그림을 찾는거였다. 이걸 보여주고 싶었었나보다. 잘 그렸다. 다른애 그림을 작은애꺼라 잘못 고르긴 했지만서도. 책상도 깨끗하게 잘 정돈되어 있었다. 큰애때는 매번 쓰레기랑 책이랑 연필들로 난리법석이었는데. 작은애가 그린 그림이랑 깨끗하게 정돈된 책상이 내가 그 자리에 참석한 진짜 이유인거다. 학교를 젊고 예쁘게 치장한 엄마가 다니냐. 애가 즐겁게 잘 다니면 되지. 알면서도 매번 이런다.

작은애의 모든 것이란다
안경 안 쓴 엄마다. 그래서 못 알아봄.
자리는 깔끔했다. 천만다행. 큰애땐 화딱지나서 죽을뻔.

꿈이 또 바뀌었다. 지난번엔 웹툰작가였는데.


그래도 올해 공개수업때는 나도 렌즈 끼고 머리 셋팅 하고 색조화장도 하고 7cm 하이힐도 신어야겠다.. 학교까진 살짝 오르막인데 올라갈수는 있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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