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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부모님

철없는 부모..

레스페베르 2024. 5. 6. 15:30

동생이 암판정을 받고나서 엄마랑 아빠한테 신신당부 한게 있다. 지금은 동생도 동생서방도 나도 전부 동생치료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적어도 본인들 건강은 본인들이 알아서 관리하고 자질구레한 일상의 것들 중 엄마랑 아빠 둘이서 해결 안 되는 것들은 동생한테 얘기하지 말고 나한테 얘기하라고 했다. 대답은 참 꿀떡같이 했더랬다.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그랬었다.

그리고 그제 저녁, 엄마한테 전화를 했더니 동생네서 오자마자 바쁘게 저녁을 하는 중이라 했다. 아빠가 점심도 안 먹었다며 속상해했다. 아침은 둘이 같이 먹고 아빠 점심 먹을 것들은 엄마가 다 챙겨두고 나가는데 아빠가 혼자 있으면 내내 아무것도 안 먹고 있단다. 한동안 아빠가 살이 너무 빠져서 몸도 안 좋아지는 바람에 엄마가 매끼 먹는 것도 엄청 신경쓰고 운동도 규칙적으로 다니고 하면서 지금 많이 좋아졌는데 도로아미타불 되겠다며 속상해했다.

순간 속에서 욱! 하는게 치밀었다. 지금 동생네도 우리도 다들 비상인데 아빠는 응석을 부리는 건가? 혼자 밥 먹기 싫다고? 혼자 있기 싫다고? 엄마 옆에 없다고? 자식이 죽네사네 하고 있는데? 너무너무 화가 나는데 더 짜증나는건 차마 아빠한텐 이렇게 얘기할수 없다는 거였다. 내가 그런 얘길 하면 본인은 아무 쓸모가 없어서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또 굴을 팔테니까. 지금은 그런 응석 부리는것도 싫고 받아주기도 싫고 상처받고 굴파는 것도 싫다. 나중에 엄마 만나서 따로 다시 한 번 당부해야지 하고선 그냥 꾹꾹 눌러버렸다.

그런데! 설마 했던 일이 역시 하고 어제 일어났다. 최종 검사결과를 기다리면서 가뜩이나 예민해진 동생이 그걸 알게된거다. 매일매일 도시락을 싸서 동생을 데리고 이 공원, 저 공원 하루종일 산책을 다니던 중에 엄마가 무심코 얘기를 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말은 동생뇌리에 콕 박혀서 다시 또 생채기를 냈다.

어제 저녁 통화하던 중에 동생이 울먹거리면서 그 얘기를 하는데.. 진짜 머리끝까지 열이 뻗쳤다. 무딘 엄마의 조심성에 화가 났고 철딱서니 없는 아빠의 행동에 더 화가 났고 알면서도 설마설마 하면서 미리 단도리하지 못한 나한테도 화가 났다. 동생은 가뜩이나 지금 몸도 마음도 지쳐있는데 왜 부모가 이런 순간에도 자기를 배려해주지 않는지를 슬퍼하고 원망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유리 멘탈인 동생도 천지분간 못 하는 엄마랑 아빠도 다 짜증났다. 세심하지 못 한 내 배려도 짜증나고 전부 다 짜증이 났다. 서방은 나를 위로한답시고 하는 말이 아빠가 동생걱정때문에 입맛이 없어서 그런거 아니겠냔다. 내가 우리 아빠를 모를까. 진심으로 동생을 걱정하긴 하지만 혼자서 밥 먹는건 싫은거다. 자기가 밥을 안 먹으면 아빠건강도 엄마랑 동생의 신경도 쓰이게 되는것까진 생각을 안 한다. 괜찮아 괜찮아 다. 뒷감당도 못 하면서..

애가 그런거면 타이르겠는데 어른이 그러는건 어째야 하나 싶다. 우선은.. 다시 엄마한테 당부하는 수밖엔 없겠지. 그리고 수시로 단단히 못 박아야한다. 계속 반복하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을듯 싶다. 무한도돌이다. 동생이 완쾌될때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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