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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아빠가 3박4일간의 여행을 끝마치고 귀가했다. 부부동반으로 제주도에 다녀온건데 저번 달에 예약해둔 계획이었었다. 지난 금요일 날벼락을 맞은 그 날 내가 엄마한테 제주도 여행을 취소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었다. 그리곤 고민(?)하는 척 하더니 다녀온거다.
같이 가는 일행중 한 부부가 엄마랑 아빠가 안 가면 자기네도 안 간다고 했단다. 그래서 어쩔수 없었단다. 자식이 아프니 마음도 불편하고 걱정되서 여행을 못 가겠다는데 같이 자식 키우는 부모입장에서 그런것도 배려 못 한다면 그게 제대로 된 인간관계가 맞는건가? 굳이 그런 사람들과 인연을 이어갈 필요가 있나 싶었다. 좋을때 하하호호는 누구와도 할 수 있다. 진짜 힘들때 이해하고 위로하고 배려해줘야 제대로 된 관계가 아닐까.
나도 아는걸 엄마가 아빠가 모를까? 그건 아닐꺼다. 정말 모른다면 우리 엄마랑 아빠가 좀 부족한 사람들일테니까. 짐작컨데.. 엄마 생각엔 아직 결과가 정확하게 나온것도 아니고 아직 동생이 엄마의 간병이 필요한 상태도 아니니 다녀와도 괜찮겠다 싶었을꺼다. 이론적으로는 그말이 틀리지 않다. 어차피 부부동반으로 짝도 다 맞춰진 상태고 돈도 다 냈고 사람들한테 이러저러하다는 설명하기 싫었기도 했을테고 말이다.
내가 엄마한테 안 갔으면 좋겠다 한 이유는 동생 간병때문이 아니었다. 혼자 두지 말라는거였다. 주말은 가족이 같이 있을꺼고 월요일은 내가 서방한테 애들 맡기고 가보면 되고 수요일은 빨간날이니 괜찮겠지만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은-엄마가 오는 날은 목요일 새벽이다-동생 혼자 있어야 하는데 혼자서 얼마나 울고불고 온갖 생각에 사로잡혀서 굴을 파고 앉아있을까 싶어서 걱정이었다. 근데 엄마는 그정도는 괜찮을꺼라 자기 마음 편한대로 판단한거고 동생도 괜찮다고 하니 마음 불편해도(?) 간거다. 그리고 한 치도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화요일 아침에 전화하니 내내 비관의 굴속에 들어앉아 울먹울먹. 속에서 열불이 안 날수가 없다. 형제인 내가 아는걸 부모인 엄마가 더 모를수가 있나. 한숨만 나왔다. 화요일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솔직히 가보려면 내 일정 다 미루고 갈수도 있었지만 마음 한 편으론 그렇게 얘기했는데도 가는 사람이나 보내는 사람이나 둘이 똑같다는 언짢음과 왜 나만 동동대 하는 억울함이 들어서 그냥 안 갔다. 사실 그렇게 뻗댈 일이 아니었는데 나도 그냥 옛날 버릇을 못 버렸나보다. 알면서도 말하지 않았으니 모른척. 이제 그러면 안 되는데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근처에 사는 조카친구 엄마가-상황을 다 안다-불러내서 공원산책도 하고 밥도 먹었단다. 가족보다 낫다.
하긴.. 이제 결과가 나오면 제일 앞에서 온몸으로 뛰어야 하는건 엄마다. 벌써부터 기운 다 뺄 필욘 없겠지. 그때까진 엄마도 풀충전 해둬야 할꺼다. 좋게 좋게 생각해야지. 다독이고 살피고 채우고.. 갈 길은 멀고 할 일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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