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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은 지금 임신 13주가 조금 넘었다. 제부가 맏인데다 결혼한지 10년이 넘었으니 시댁에서는 무척 기다린 소식이었을꺼다. 엄청나게 기뻐하신다는 얘기를 들었다. 동생네 둘째 시누이는 결혼해서 6살이 된 아들 하나가 있고 막내 시누이는 비혼주의니 동생이 낳을 아기가 그 집에서는 오랜만에 보는 손자 or 손녀인거다.

동생은 막내 시누이랑 특히 친한데 얼마전에 임신을 축하하는 전화를 받았단다.
" 언니, 진짜 축하해요. 너무 좋은거 있죠..^^ "
" 고마워요..^^ "
" 조카가 생긴다니까 맘이 너무 설레요. 고모가 된다니까 엄청나게 좋네요. "
" 이미 이몬데 고모 된다고 또 그렇게 설렐 정도로 좋아요? ^^ "
" 이모랑 고모는 다르죠. 걘 우리랑 성이 다르잖아요. "
" ?? 이모랑 고모랑 달라요? "
" 당연하죠! ^^ "
동생은 그때 엄청 당황스러웠었다며 나랑 통화중에 그 얘길 했다. 막내 시누이는 언니네 아들을 정말 친자식처럼 물고 빨고 하고 너무 유난스럽다며 자기 언니한테서 타박까지 받을 정도라는데 그런 시누이가 한 얘기라서 더 이상하고 당황스러웠단다.

우리집은 딸만 둘이니 나나 동생은 둘 다 이모다. 엄마랑 아빠도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이기만 하다. 그래서 조카를 보는 고모의 마음과 이모의 마음이 어떻게 다른지, 성씨가 다른 손자손녀를 보는 외조부모의 마음과 친조부모의 마음이 어떻게 다른지 모른다. 평생 모를꺼다.

입장이 다르니 그게 맞다 틀렸다를 지적할 순 없지만.. 글쎄.. 그 성이라는 건 결국 편리성때문에 어느 한 쪽으로 선택한 것 아닌건가? 같은 성을 가졌기에 더 특별한 건지 내가 잘 모르는 건지 헷갈린다.

내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께서는 친손자, 손녀들보다 외손녀인 나를 더 애지중지하셨었는데 그럼 그 분들은 좀 특이하셨던 걸까? 어머니도 나한테 가끔 친손자, 손녀랑 외손녀-미국에 살기 때문에 몇 년에 한 번 보신다-는 서로 다르다며 친손자, 손녀들은 피가 끌리는게 어딘가 외손녀들이랑은 다르다는 엉뚱한 소리를 어쩌다 한 번씩 하셔서 나로 하여금 욱! 하게 하는 때가 있다. 다른 말실수는 그냥저냥 넘기는 편이지만 그 부분만큼은 항상 싫은 티 팍팍 내고 성질 내고 하는데 그래도 한 번씩 무심결에 튀어나오는 걸 보면 절대 바뀌지 않는 믿음같은건가 싶기도 하다. 전에 동생 시어머니도 우리 엄마, 아빠랑 같이 식사하다가 본인손자 얘기가 나왔는데 외손자라 그런지 피가 달라서 우리를 잘 안 따른다고 빨리 친손자가 보고싶다고 무심결에 얘기하셔서 엄마가 뻘쭘했었던 얘길 했었는데 그런거 보면 시어머니들의 공통된 믿음이 맞는거 같기도 하다.

그 성씨라는 것만 같으면 그냥 피가 끌려서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는걸까? 이모든 고모든, 외조부모든 친조부모든 서로 정을 주고받고 하면 다 같은거 아닌가? 내가 고모가 아니라서 뭐라 단언은 못 하겠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건 나는 내 고모들을 어릴때부터 좋아하지 않았다는거랑 나한테 이모는 아예 없었다는거, 그리고 우리집 애들은 얼굴 한 두번 본 고모보단 자기들이랑 놀아주고 예뻐해주는 이모랑 이모부를 더 좋아한다는 거다.

고로 내가 내린 결론은 더 애정쏟는 사람한테로 애들 마음은 간다는 거다. 내 생각엔 그게 정답인것 같다.

우리가 딸만 둘인 집이라서 나나 동생이 그런 얘기에 좀 더 예민한 걸수도 있다. 결혼하기전엔 딸이라서, 아들이라서, 외손자라서, 친손자라서 애정이 더 가니 안 가니 같은 말들을 들어본 적이 없는데 우리가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으니 주위에서 뭘 그렇게 나누는게 많은지.. 솔직히 그런 구분들.. 피곤하고 번잡하고 짜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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