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애가 아침부터 고열이라 부랴부랴 병원에 간 날이었다. 처음 갔던 병원은 오픈전인데도 대기실이 이미 꽉 차있어서 앉을 자리도 없었다. 결국 걸어서 근처에 있는 다른 병원을 갔다. 거기도 대기하는 사람이 많은데다 하필 그날따라 의사선생님은 지각. 그래도 첫 병원보단 사람이 조금 적어서 의자에 앉아 기다리는데 큰애가 열이 심하다보니 자꾸 늘어졌다. 안스럽고 걱정되고 기다리는 동안 조바심이 나서 발만 동동 구르는데 아빠한테서 전화가 왔다. 언젠가부터 발신자로 아빠가 뜨면 또 무슨 일인가 싶어서 나나 동생 모두 마음이 무겁다. 본인한테는 엄청 중요하고 급한 일인지 모르지만 우리가 들었을때는 그저 그런 일인 경우가 대다수다. 엄마랑 다투고 외출했는데 니 엄마가 전화를 안 받는다, 그냥 외출했는데 니 엄마가 전화를..
서방절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위암 진단받으시고 1년 좀 안되게 투병하셨는데 합병증인 폐렴으로 돌아가셨단다. 중환자실에 계셔서 많이 뵙지도 못한데다 집에 잠시 다니러간 사이에 돌아가셔서 임종도 못 했다고 많이 힘들어했다. 아버지랑 사이가 워낙 각별했던 아들인지라 더 힘들꺼다. 이제 우리들 나이가 부모님의 부고소식이 아주 낯설지만은 않은 그런 나이인가보다. 몇 년전 코로나가 한창일때 친구아버지도 돌아가셨다. 얼마전에는 서방지인분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에 다녀왔더랬다. 나이와 상관없이 부모님과의 이별은 슬프다. 경험이 없는 나는 아직 상상도 되지 않고 상상하기도 싫다. 그 넓은 장례식장 호실마다 사람들이 꽤 많았다. 어딘가에서는 삶이 시작되고 어딘가에서는 삶이 끝나고 어딘가는 사투중이겠..
쇼파에 앉아있는데 서방이 내 무릎에 기대 누웠다. 습관처럼 서방머리를 만지작거리다가 눈에 띄는 흰 머리카락을 몇 개 뽑았다. 얼마후에 테이블위를 보니 뽑아낸 흰 머리카락이 제법 쌓여있었다. 머리카락 뭉치가 하얗게 보일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서방머리는 변한게 없었다. 보통은 이정도 뽑았으면 적어도 그 부분은 흰 머리가 안 보이는게 정상인데 오늘은 아니다. 아직도 흰 머리는 엄청 많이 보이고 그걸 다 뽑았다간 서방이 대머리가 될 지경이었다. 언제 이렇게 흰 머리가 늘었나 싶었다. 원래 군데군데 새치가 있던 나랑은 다르게 서방은 흰 머리가 거의 없었다. 머리카락도 굵고 직모인데다 까만 머리카락이 반질반질 윤기가 났었는데 머리카락도 많이 가늘어졌고 흰 머리도 제법 많이 보이는게 나이든 티가 났다. 그나마 변하지..
작년부터 한 번 아프기 시작하면 앓는 기간도 길고 후유증도 꽤 오래 간다. 이번 겨울 들면서 벌써 감기만 3번 넘게 그것도 아주 지독하게 앓고 지났고 링겔까지 맞는 희한한 경험도 했다. 건강은 과신하면 안 되는건데 여태껏 내가 너무 내 몸이랑 내 건강에 자신만만했었나보다. 서방도 마찬가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건지 몇일전에 갑자기 영양제 CF를 보다가 " 우리도 저거 한 번 먹어볼까? " " 뭘? " " 영양제... 피로회복에 좋다는데... " " ... 사줘? " " ... 우리도 한 번 먹어보자. 알아봐봐. " 생전 안 하던 소리를 하는거 보니 본인도 몸이 예전같지 않다는 걸 느끼는 것 같다. 그런데 막상 영양제를 고를려니 이것저것 참 종류가 많기도 하다. 일단은 종합비타민으로 먼저 시작하기로..
병원에서 자궁암 정기검진 문자가 왔다. 나 자신을 위해서 1년에 1번씩은 꼬박꼬박 받아야 하는걸 알지만 정말 가기는 싫다. 혹시 문제 있을까봐 맘 졸이는 것도 싫고 산부인과 의자는 더더 싫고.. 그래서 밍기적거리다가 알림문자 받고 한달이나 넘겨서야 간신히 오늘 검진을 갔다. 겸사겸사 요즘 생리대 부작용으로 몸이 좀 안 좋은데 그것도 진료받을겸 해서 말이다. 근데 접수처에서 하는 말이 내가 올 3월에 건강보험공단에서 하는 검진을 이미 받았단다. 병원에서 하는 일반검진으로 또 받겠냐길레 담당선생님이랑 상담후 결정하겠다고 했다. 담당선생님도 3월경 검사결과 이상 없으니 내년 3월에 받는게 낫겠다고 한다. 어짜피 큰 맘 먹고 온김에 요즘 생리대 부작용으로 좀 힘든거 상담받고 치료하고 약처방 받아서 왔다. 매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