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에 꿈을 꿨다. 큰애가 등교하는 첫 날. 아빠랑 같이 학교로 오라고 하고선 뭣때문인지 내가 먼저 집을 나섰다. 어랏? 우리집이 이사를 해서 큰애학교로 가는 길이 평소 내가 아는 길이 아니다. 거리가 더 멀어졌다. 부랴부랴 서방한테 전화를 했다. 거리가 머니 좀 일찍 나오라고. 그리고선 큰애 학교에 도착하니 큰애반 교실문이 열려있고 선생님한테 뭐라뭐라 얘기듣던 큰애가 눈물범벅이 되서 나를 보더니 와서 안기는 거다. 슬리퍼를 샀는데 큰애가 오렌지색을 샀다고 선생님이 안 된다고 했단다. 급하게 큰애 손을 잡고 슬리퍼를 사러 가는데 학교 근처 가게들이 하나같이 문을 닫았거나 슬리퍼가 없다. 간신히 슬리퍼 파는 곳을 찾았는데 색깔이 회색이랑 파랑색뿐이다. 더 헤매다가 결국은 파란색 슬리퍼를 샀다. 그러면서 ..
서방 사촌동생이 결혼을 했다. 올해 한국나이로 37살. 부모님 도움 없이 잘 자리잡고 잘 준비해서 드디어 화창한 가을날에 새로운 가정을 꾸렸다. 지난 추석에 만났을때 청첩장을 받은 서방이 사촌동생한테 결혼에 관한 조언을 했었다. 결혼을 하면 너한테 제일 중요한 가족은 와이프, 그리고 언젠가 태어날 네 아이들이라고. 부모님이랑 형제는 이제 네 원가족이 아니라고 말이다. 넌 이제 부모님한테서 떨어져나와 새로운 가정을 꾸민거고 그게 너한테는 제일 중요하고 우선순위인 거라고 그랬었다. 그리고 그건 평소 가정, 가족에 대한 서방의 소신이기도 하다. 나야 매번 들어 알고 있고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니 그렇지 하고 마는데 매번 어머니는 작은 아들의 그 소신이 그렇게 서운하신가 보다. 큰 아들은 자신의 원가족..
요즘 나는 오전에 애들 학교랑 유치원 보내고 나면 바로 병원에 물리치료를 받으러 온다. 작은애가 유치원을 다니면서부터 제일 좋았던것중 하나가 이렇게 혼자 뭘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단 거였다. 그전엔 항상 작은애랑 같이였고 그럴수 없는 자리는 엄마를 호출해 맡겨놓고 급하게 볼 일을 보곤 했었기에 지금의 이 자유시간이 얼마나 즐거운지.. ^^ 지금 물리치료를 받는 이 병원은 손님들이 정말 많은데 그러다보니 항상 많이 바쁜 곳이다. 오늘도 접수해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대기실에 어린 여자아이와 같이 온 엄마가 있었다. 환자 보호잔가?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엄마본인이 물리치료를 받으러 온 거다. 딸아이는 엄마가 치료받는 동안 엄마침대에 같이 있었는데 아이가 조용히 잘 있어서 저러면 데리고 다녀도 안 힘들겠단 ..
지난주엔 내가 아파서 동생이랑 엄마랑 교대로 불렀었는데 요번주는 동생이 아프다. 오늘까진 주말이라 남편이 같이 있지만 월요일부터는 혼자 있어야 하는데 몸이 안 좋으니 마음도 약해지는지 바쁜 일 없으면 와 줄 수 있냐고 톡이 왔다. 난 가끔씩 감기로 앓아눕지만 동생은 그런 일이 거진 없다보니 이런 호출도 첨인듯 싶다. 마침 엄마는 내일 친구분들이랑 점심식사 약속이 있다시니 지난 주말 빚도 갚을겸 내일은 이 몸이 간만에 언니노릇 하러 가기로 했다. 이렇게 얘기하니깐 나랑 동생 사이가 참 애틋한 자매간인것 같지만 사실 나랑 동생은 둘다 고등학생때까지 부모님이 우리를 외동딸로 낳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이 참 컸다. 동생이랑 나랑은 외모서부터 성격까지 공통점도 거의 없었다.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나는 나를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