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퇴직을 하신지도 벌써 시간이 꽤 흘렀다. 남들은 60대에 한다는 퇴직을 아빠는 70세에 하셨으니 대단한 거다. 주위에서도 축하했고 가족들도 진심으로 아빠의 휴식을 응원했다. 아빠가 퇴직을 한 이후에도 일과 관련된 회사들에서는 아빠가 아예 고정직으로 와 주길 희망하는 곳들도 있었고 그렇진 않더라도 간간히 소일거리 삼아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그렇게 지내면 될듯 했다. 엄마랑 같이 산책도 다니고 친구분들도 만나고 여행도 다니시면서 그렇게 사실줄 알았다. 그래서 처음에 엄마랑 아빠 사이의 토닥거림도 바뀐 생활에 대해 적응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친구말로도 자기는 아빠가 퇴직을 하시고 난 후에야 자기 아빠가 그렇게 화를 잘 내시고 깐깐하고 그렇다는걸 처음 알았다고 했으니 말이다. 적응하는데 몇 년은 걸..
요즘 내가 아빠걱정을 많이 했었나보다. 몇 일전에 서방이 갑자기 아빠랑 둘이서 저녁을 먹겠단다. 예전부터 아빠가 서방한테는 둘이 술 한잔씩 하면서 아빠속마음을 터놓고 했는데 서방이 가게를 시작하면서부터 그럴수 있는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사라져서 한동안 그런 시간을 갖지 못했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그런 시간을 가지겠다는 거다. 나야 반대할 이유가 없다. 아빠가 무지 반가워할테니깐. 아빠한테 엄마나 나나 동생은 평생에 있어 보호해야할 존재라는 인식이 강하다. 아무리 그러지 말라 그래도 그게 잘 안 되나보다. 그러다보니 아빠는 우리에게 아빠의 힘든 속내를 잘 얘기하지 않는다. 아마 내가 결혼한다고 했을때 아빠는 아빠어깨의 책임을 나누는 느낌이지 않았을까 싶다. 서방은 2남1녀중 막내아들로 항상 애기취급만 받..
몇일전 동생이랑 둘이서 차를 타고 가다가 부모님 얘기가 나왔다. 별로 유쾌하지 않은 이야기.. --;; 지금 동생은 임신중인데 입덧이 꽤 심했고 오래 간 편이었다. 더구나 초기에 몸이 좀 안 좋아서 내내 누워있었기 때문에 엄마가 동생을 도와주러 평일 내내 출퇴근을 하셨었다. 퇴직한 아빠도 당연히 엄마랑 같이 다니셨는데 문제는 두 분이서 그렇게 하루종일 붙어다니시면서 투닥거리신다는 거다. 동생 말로는 옆에서 듣고 있기가 짜증이 날 정도로 너무 그러시니 오셔서 도와주는건 고마운데 자기가 마음이 너무 힘들때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나야 애들 챙기고 나 사는데 바빠서 어쩌다 몇 시간 보고 또 통화하는게 전부니 그 속을 자세히 몰랐지만 동생은 임신 초기부터 5개월이 된 지금까지 주 5일을 계속 아침부터 저녁까지 같..
엄마랑 통화하다가 ' 아빠는? ' 하니 ' 몰라! ' 하는 짧고 단호한 답이 돌아온다. 이건 십중팔구 아빠가 또 뭔가 엄마한테 짜증을 냈거나 둘이 싸웠거나 했을때의 반응이다. 처음에는 무슨 일인지 걱정하고 애닳아 했었는데 이젠 그러려니 한다. 아빠가 회사를 그만두고선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이라서 익숙해졌나 보다. 아빠가 70세로 퇴직을 하신지 벌써 1년하고도 6개월이 지났다. 예전에 직장생활을 하실때는 입버릇처럼 얼른 퇴직하고 엄마랑 여기저기 여행도 다니고 친구들도 만나실꺼라 하더니 정작 퇴직후부터 한동안은 거의 집에서 은둔생활을 하다시피 하셨다. 친구분들이 만나자고 전화가 와도 피곤하다며 거절하고 집에선 매일매일 엄마랑 다투고 짜증내고 하는통에 엄마의 스트레스도 극에 달했었다. 핸드폰에 엄마나 아빠가 뜨..
엄마가 텃밭에서 수확한 땅콩을 삶아오셨다. 어릴적 부산에서 살때는 종종 삶은 땅콩을 맛있게 먹었었는데 이사를 오고부터는 볶은 땅콩밖엔 보질 못했다. 서울토박이인 서방은 삶은 땅콩을 오늘 처음 봤단다. 갓 수확한 걸 바로 삶아 따뜻하게 먹으니깐 진짜 맛있었다. 작년에 퇴직한 아빠가 집에서 하도 심심해 하셔서 고향친구분이 권하신 텃밭농사를 시작한게 올해 초다. 한동안 농사준비 하시느라 바쁘시더니 여름엔 제법 푸짐하고 맛도 좋은 옥수수랑 상추, 고추를 따다가 나눠주셨었다. 이번 수확물은 땅콩인데 땅콩 캐다가 모기떼한테 얼마나 물렸는지 아주 혼이 나셨단다. 그러면서도 땅콩 수확한 빈 땅에 또 양파랑 마늘까지 심으셨다. 한 번 갔다오면 온 몸이 쑤신다면서도 자꾸 판을 키우신다. 초보농사꾼인데 희한하게 맛은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