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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전 동생이랑 둘이서 차를 타고 가다가 부모님 얘기가 나왔다. 별로 유쾌하지 않은 이야기.. --;;
지금 동생은 임신중인데 입덧이 꽤 심했고 오래 간 편이었다. 더구나 초기에 몸이 좀 안 좋아서 내내 누워있었기 때문에 엄마가 동생을 도와주러 평일 내내 출퇴근을 하셨었다. 퇴직한 아빠도 당연히 엄마랑 같이 다니셨는데 문제는 두 분이서 그렇게 하루종일 붙어다니시면서 투닥거리신다는 거다. 동생 말로는 옆에서 듣고 있기가 짜증이 날 정도로 너무 그러시니 오셔서 도와주는건 고마운데 자기가 마음이 너무 힘들때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나야 애들 챙기고 나 사는데 바빠서 어쩌다 몇 시간 보고 또 통화하는게 전부니 그 속을 자세히 몰랐지만 동생은 임신 초기부터 5개월이 된 지금까지 주 5일을 계속 아침부터 저녁까지 같이 있으니 그 현장을 자세히 보게 됐고 그러다보니 엄마가 속상해하고 화내는 마음이 이해가 간다면 한숨을 쉬어댔다.
사실 나랑 동생은 엄마랑 아빠가 투닥거리시면 주로 아빠편을 많이 들었었다. 엄마는 성격이 불같아서 화르르 타올랐다가 금방 식는 편이지만 아빠는 은근 마음이 여린 스타일이라 엄마가 욱하면 그 순간에 상처를 받기 때문이다. 그래도 예전에는 아빠가 엄마가 욱하는 그 때를 잘 다독여가며 그 시간들을 넘겼었는데 아빠의 퇴직후부터는 그게 바뀐것 같아졌다. 아빠의 이유불문 버럭증과 욱하는 것, 웬만하면 참고 넘기려는 엄마가 한번씩 한계에 도달했을때 부딪쳐서 터지는 게 너무 잦고 그러다보니 그걸 옆에서 보는 동생은 힘들고 하는 악순환이다.
아빠는 지금 사춘기소년? 질풍노도의 시기같다. 아빠 본인이 화내고 성질 부렸으면서 그걸 엄마나 주위사람이 다 수용해주지 않으면 혼자 삐지고 상처받고 고집 부리고.. 정년퇴직이후 다들 힘든 과정을 거친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엄마랑 아빠가 지금 겪고 있는 서로 상처주고 상처입는 이 시간이 참 서글프고 아프다.
아빠는 지금 많이 우울한 것 같다. 화도 많이 나 있는것 같다. 평생 일해온 결과물과 현실상황이 뭔가 아빠한테는 불만족스러운 것 같다. 어떻게 해야 마음이 아픈 아빠를 위로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아빠때문에 힘들어하는 엄마 마음을 위로할 수 있을지.. 나나 동생은 잘 모르겠다. 그래서 항상 고민중이다.
지금 엄마랑 아빠는 한식을 맞아서 시골에 있는 산소도 다녀올겸 꽃놀이도 할겸 여행을 떠나신 상태다. 모처럼 밝은 엄마, 아빠 목소리가 반갑다.
두분 다 답답한 마음 좀 털어버리고 홀가분하게 귀가했으면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