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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부모님

운전의 의미..

레스페베르 2023. 12. 20. 15:30

엄마가 지난 주말에 시골을 다녀왔단다. 제사도 성묘도 아니고 왜? 했더니 산돼지가 내려와서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를 마구 파헤쳐놨다고 외삼촌 친구가 연락을 했다나. 그래서 큰외삼촌이랑 작은외삼촌, 엄마랑 아빠 넷이서 토요일에 가서 산소 복구하고 일요일에 왔단다.

뭐 타고 갔냐니 아빠차 타고 다녀왔다고 했다. 큰외삼촌 사는 곳까지는 아빠가 운전하고 그 다음부터는 왕복으로 모두 작은외삼촌이 운전했다고 부연설명도 덧붙였다. 동생이랑 나는 아빠가 운전하는걸 반기지 않는다. 특히나 장거리 운전은 더더더. 그걸 아니까 엄마는 아빠가 조금 하고 작은외삼촌이 거진 운전했다고 덧붙여 얘기해주는거다.

얘기가 나온김에 차 언제 정리할꺼냐고 물어봤다. 안 그래도 올해까지만 하고 이제 면허 반납할꺼라고 한다. 올해? 2023년 말하는거지? 했더니 아니라고, 2024년 까지만 한단다. 차보험 들어둔것도 아깝고 어쩌고 하기에 보험이야 면허 반납하면 바로 해지되서 보험금 반환된다고 나름 친절히 설명해줬다. 아빠 운전하는거 신경 많이 쓰인다고, 가급적이면 아빠 이제 운전 안 했으면 한다 고 하니 운전 잘 안 한단다. 어차피 운전 많이 하지도 않는데 자동차세에 차보험에 돈을 왜 이중삼중으로 내냐며 뭐라 했다. 그러니 이래저래 변명이 길다.

엄마랑 아빠가 뭐라고 이유를 대도 동생이랑 나는 안다. 둘 다 차 없애기 싫은거다. 효율성보다 그저 두 사람 자존심 같은거다.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그게 무슨 허세냐 싶은데-아빠차는 나이가 아주 많은 덩치 큰 외제승용차다. 고장나면 수리비가 부르는게 값이고 차보험료도 비싸다. 기름도 장난이 아니게 먹는다. 그래서 퇴직이후부터는 차량유지비도 상당히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농담 반 진담 반 우리들은 차를 타는게 아니라 차를 모시고 산다고 얘기하곤 한다- 본인들은 안 그런가 보다.

아빠가 막 퇴직했을때 내가 그 차 처분하고 국산소형차로 바꾸라고 권했었다. 둘이서 부담없이 편하게 타고다닐수 있게 말이다. 그때 아빠는 묵묵부답, 엄마는 퇴직했는데 새로 차를 구입하면 돈이 또 나가고 어쩌고 하면서 말을 안 들었다. 그리고는 보험료 나올때마다, 자동차세 나올때마다, 고장날때마다, 사고나서 수리할때마다 한숨 쉬고 우울해하고 해서 한동안 동생도 나도 엄청 속상해했었다. 그동안 든 차 수리비면 소형국산 새차 뽑고도 남았을꺼다.

엄마랑 아빠한테 그 차는 자존심인지 모르겠지만 나랑 동생한테 그 차는 허세일뿐이다. 몇 년전에는 계속 고장이 나는 바람에 더 그랬다. 크게 목돈 들여서 올수리를 하고나서야 요샌 별 문제없이 잘 굴러다닌다. 그나마 다행이다.

아빠랑 엄마에게 차는, 운전은 두 사람이 아직 건재하다는 표현같은 건가 보다. 이젠 좀 보여지는것에 집착하지 말고 내려놓고 마음 편하게 살며 좋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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