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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이야기

아이가 울적하면..

레스페베르 2023. 12. 26. 15:30

이런저런 볼일때문에 작은애를 데리러 가는게 좀 늦었다. 아슬아슬하게 통과해서 안도감에 나만 신났었나보다. 차에 애를 태우고선 출발한지 얼마 안 되서 걸려온 동생 전화때문에 조금은 정신없게 집에 도착했다.

평소같으면 하교했으니 까불고 난리법석일텐데 오늘은 참 조용했다. 그걸 좀 지나고서야 알았다. 졸리다고 간식도 안 먹고 자리에 누웠다. 그런 애가 아닌데.. 뭐지??

덜컥 겁이 났다. 친구들이랑 싸웠나? 왕따? 은따? 선생님한테 혼났나? 선생님도 작은애도 그런 캐릭터들은 아닌데.. 심장이 두근반세근반 한다. 머리가 바쁘게 돌아가는데 느껴질 정도다.

자리에 누워서 눈을 감고있는 작은애를 옆에서 토닥토닥하니 일어난다. 눈에 눈물도 좀 그렁그렁한것 같고 뭔가 평소랑은 다른게 확실하다. 품에 안고 조심조심 물어보니 점심시간 이후로 머리도 아프고 속도 울렁거렸단다. 오바이트도 조금 했다고. 왜 보건실에 안 갔냐니 하교 조금전이라 그냥 집에 가려고 안 갔다고 한다. 지금도 머리 한쪽이 조금 아프다고.

긴가민가 싶다. 오늘 하루 일과를 물어보니 친구들이랑의 문제는 아닌듯 싶기도 하지만 백퍼 안심은 안 된다. 선생님이랑 하교때 인사도 했는데 만약 뭔가 일이 있었으면 얘기하셨겠지 싶기도 하고 설사 작은 토닥거림이 있다한들 매번 하나하나 캐는건 아닌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혹시나 내가 모르고 넘어가는 숨겨진 큰 일이 있으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머리가 복잡하다.

집에 와서 좀 쉬더니만 간식을 달라고 해서 먹고 일찍 하교한 큰애랑 놀기도 하고 하는거 보니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듯 싶다. 다행이다.

큰애도 작은애도 밖에서 있었던 안 좋은 일은 잘 얘기하질 않는 스타일들이다. 온갖것을 미주알고주알 얘기하면서도 정작 친구랑 싸우거나 선생님한테 지적받았거나 그런 것들은 주위의 다른 이유로 알게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처져있으면 신경이 절로 곤두선다. 무슨 일이지? 시원찮은 대답이 나오면 온갖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기도 하고 불안해서 전전긍긍한다. 아직은 거의 대부분 그 다음날 하하호호 하면서 아무 일 없었던듯 흘러가지만 그래도 매번 걱정이 되는건 어쩔수 없다.

가끔 이 세상 사는게 꼭 지뢰밭을 걸어가는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조심하면서 살아도 언제 어디서 어떤 지뢰를 운없게 밟게될지 모르니 말이다. 뉴스만 틀면 나오는 온갖 사건사고들을 보다보니 더 그런것 같다.

부디 꽃길만 걷게하소서.. 세상 모든 부모의 마음일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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