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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방이 친구장인어른 상에 다녀왔다. 지난 달초에도 친구어머님이 돌아가셔서 다녀왔었다. 한 달 사이 두 번이나 장례식장에 다녀온 셈이다. 연초에는 친구아버님 상에도 다녀왔었다. 나도 잘 아는 서방친구라 같이 다녀왔는데 오래 투병생활을 하셔서 그런 건지 생각보다는 가족들 반응이 많이 담담했다. 서방이 이번에 다녀온 곳들도 그랬다고 했다. 다들 오래 아프셨었단다. 그래도 나는 그런 담담한 분위기가 참 낯설다. 장례식장을 많이 다녀보지 않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어느 정도 다들 마음의 준비가 된 장례식장들만 다녀와서 그런 거 지는 잘 모르겠다.
예전에 내가 대학 졸업반일 때 아빠가 쓰러져서 생과사를 오갔었다. 갑작스러웠고 뭐가 뭔지도 모르는 황망스러움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부모님의 상은 막연히 무섭고 두렵고 슬프게 느껴진다. 담담한 장례식장의 분위기가 낯선 건 아마 그래 선거 같다.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싶다. 나는 아직 어른이 덜 된 건가 싶기도 하다.
낯선 건 또 있다. 예전에는 다들 검은색 정장을 입고 왔었는데 요즘은 그냥 평상복들을 많이 입고 온다. 예전에 아빠는 장례식장을 갈 일이 있으면 무조건 집에 와서 꼭 검정양복에 흰 와이셔츠, 검정넥타이를 다시 챙겨 입고 갔었다. 엄마가 그냥 출근할 때 입은 양복 그대로 가라고 해도 절대 그러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봐와서 그런 건지 내 뇌리에는 장례식장은 무조건 검은 양복에 검정넥타이가 예의라고 인식되어 있나 보다. 서방도 마찬가지다 보니 상갓집을 간다고 하면 양복 꺼내고 와이셔츠 다리고 검정넥타이 손질해 두는 게 당연한 거였다. 그런데 그냥 잠바, 티 그렇게 입고 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다. 그래서 서방도 항상 가기 전에 고민한다. 편하게 입고 갈까? 그러다가 결국은 양복을 챙겨 입고 간다. 몸은 남방이나 티가 더 편하겠지만 마음은 양복 쪽이 편하다고 했다. 사람들마다 생각하는 예의는 다르니까 어쩔 수 없나 보다.
서방친구들도 이젠 나이가 있다 보니 조금씩 친구부모님상을 대하는 태도들이 달라졌다. 결혼초 때만 해도 다들 장지까지 가는 분위기였지만 요즘은 장례식장까지가 끝이다. 아직도 장지까지 가는 친구는 서방이랑 또 다른 한 명뿐. 자기 부모님 때 그렇게 챙김을 받은 친구는 말하지 않아도 상대 친구부모님 때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은데 시간이 많이 지나서 다들 잊어버렸나 보다. 우리 아빠가 경사는 빼먹을 수 있어도 조사는 절대 빼먹지 말라고 했었는데. 서방도 그건 마찬가지다.
남들도 다들 그러니 우리도 그러려니 해야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매번 고민하다가 결국은 정장을 챙겨 입고 가고 장지까지 가는 건 그게 우리 마음이 편해서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