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어찌 수습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삐그덕거리면서도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동생일에 엄마랑 아빠 사고까지 겹치면서 이래저래 많이 힘들었지만 얼추 수습이 되어간다고 여겨서 마음의 긴장이 좀 풀어졌던 것 같다. 잠시의 평화가 달았다. 길진 않았다. 큰애의 응급실행으로 잠시나마 잔잔했던 마음이 다시금 풍랑을 만났다. 자식과 관련된 거다 보니 이제까지 보다 더 거셌다. 검사결과와 앞으로의 진료. 어느 것 하나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내 생각대로 되는 것도 없었다. 일단은 눈앞의 것부터 하나씩 천천히 하자고 다짐하면서 외래진료 예약부터 잡았다. 학기 중이다 보니 애 시간에 맞춰 병원 가는 게 보통일이 아니었다. 간신히 예약까지 끝내놓고선 잠시 침대에 누웠다. 잠깐만 쉬었다가 일어나서 씻고 준비..

한동안 속이 너무 쓰리고 아팠다. 매일 밤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헛배도 부르고 속이 비면 쓰리고 뭘 먹으면 소화가 안 되면서 불편하고 그랬다. 살다살다 처음 있는 일이다. 소화제를 몇 번 먹다가 그냥은 안될듯 해서 부랴부랴 병원을 갔다. 동생일 이후 지금은 가족들 모두 병 키우지 말자 의 분위기다. 가족들 모두의 정성과 노력을 동생 하나한테 몰빵해야 하는 지금 누구 하나 아파서 또 자리보전 하는 일이 생기면 안되니까. 역류성 식도염, 위산과다, 위염 등등 으로 10일치 약을 처방받았고 약을 다 먹어도 계속 안 좋으면 내시경을 해보자는 얘기를 듣고 왔다. 과음 아니고 흡연 아니고 매운 음식을 즐기긴 하지만 그것도 어쩌다 한 번 이니 그렇다면 의사선생님이 분석한 이유는 과도한 스트레스. 스트레스의 원인은 ..
지난달 생리가 끝나고 채 열흘이 안 된 어느날 출혈이 있었다. 한 일주일 가량? 많은 양은 아니지만 그래도 신경쓰이는 일이었다. 뭐지? 폐경이 오려나? 어디가 안 좋은건가?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병원을 가야겠다고 마음은 먹었는데 막상 발이 안 떨어졌다. 무서웠다. 망설이고 머뭇대는 와중에 출혈은 없어졌고 얼마후 제 날짜에 이번달 생리를 정상적으로 시작했다. 부정출혈은 여러가지 이유로 생긴다는데 대충 짐작하기에는 스트레스를 너무 받은게 한 원인이 아니었나 싶었다. 지난 큰애 중간고사 성적이 발표난후 한동안 정말 미쳐버리고 싶을만큼 힘들었었다. 설겆이 하다가도 울고 집 치우다가도 울고. 그냥 너무 힘들고 실망스럽고 애가 밉고 또 그러다가 이게 무슨 미친 짓인가 싶어서 자책하고 혼자 난리법석을 떨었다. 열..
큰애 학교 공개수업을 다녀왔다. 예전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때를 생각해서 참가하는 학부모가 많을꺼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한 반에 1~2명뿐이었다. 우리반은 나랑 다른 학부모 한 명 그렇게 두 명이라 그나마 다행. 옆반 엄마는 혼자라면서 울상을 지었다. 공개수업 전에 잠깐 간담회가 있었는데 나랑 같이 앉아있던 옆반 엄마한테 그 집 애가 수업 들어오지 말라고 문자를 보냈다는 거다. 참가하는 사람도 그 애 엄마뿐인데 거기다 선생님도 가급적이면 안 오셨으면 하는 분위기라나. 부담스러우시겠지 ^^. 혼자 참가한 엄마도 아이도 선생님도 피차 뻘쭘하고 불편한 공개수업이었을꺼다. 2학기에도 공개수업이 예정되어 있다는데 그땐 그냥 참가 안 해야겠다. 큰애반 공개수업은 생물-지금은 과학C-이었는데 그 전 수업이 체육이라 그랬..
어제밤에 자면서 계속 개꿈을 꿨더니 하루종일 너무 피곤하다. 서방이나 애들은 꿈을 잘 안 꾸는데 나는 꿈을 자주 꾼다. 조상꿈, 위인꿈, 돼지꿈 같은 대박나는 그런 꿈 말고 매번 개꿈 아니면 가위 눌리는 그런 기빠지는 꿈이다. 꿈에서 작은애 등교준비를 하는데 물통이 없는거다. 체육수업이 있어서 물을 꼭 가져가야 하는데. 어쩌지 어쩌지 하면서 당황해서 주방을 빙빙 돈다. 현실이면 집에 널린게 물통이니 다른 통에 담으면 되고 아니면 예비생수 작은거 넣어보내면 되는데 꿈에선 그런 방법이 전혀 생각 안 나고 그냥 당황하기만 한다. 다른 꿈에서는 서방과 어디를 가는게 꼭 필요한 뭔가를 안 가져간거다. 다 챙겼다고 큰소리 쳤는데 안 가져왔으니 그 당황스러움과 낭패감. 이 순간을 어떻게 모면하나 머리 굴리다가 깬다...
아침부터 애들 수업준비로 바쁜데 그 와중에 울리는 긴급재난문자. 한동안 열심히 챙겨보다가 또 한동안 소홀했다가 다시금 열심히 챙기다가 요즘은 또 대충보는 중이다. 그런데! 어랏! 우리 동네다. 같은 시, 같은 구까지는 그러려니 하는데 같은 동이다. 그것도 같은 숫자를 가진 2동 이란다. 헉! 어제 그 문자를 보는 그 순간부터 그날 하루 온종일 극도의 공포심,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같은 아파트면 어떡하지? 지나다 마주쳤으면 어떡하지? 마트, 슈퍼, 제과점, 약국, 병원 그 어디라도 같이 있었으면 어떡하지? 검사통보 오면 어떡하지? 애들은? 서방은? 애들이랑 접촉한 사람들, 서방이랑 접촉한 사람들은 어떡하지?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갈수록 극단적인 생각만 들었다. 이리저리 찾아봐도 구체적인 정보도..
어제 인터넷 기사에서 코로나가 가져온 가정의 분위기라는 글을 봤다. 재택근무로 인한 짜증, 매 끼니에 대한 스트레스, 갑갑한 아이들.. 즉 전부가 다 스트레스란 얘기였다. 다른 집은 그렇구나~가 아니라 나 역시 매일같이 느끼는 바라 그런가 엄청난 공감이었다. 그나마 하나 다른게 있다면 서방이 출근한다는 거 하나뿐. 특히 매끼 식사는 정말 힘들다.. T.T 돌려막기도 한계에 도달했는데 아직도 갈길은 멀고 애들은 하루종일 집안에 갇혀있다보니 컴퓨터, 게임, 공부 쬐끔 등등으로 난리법석이다. 우리집 분위기.. 정말 짜증나 죽겠다.
추워진 날씨덕에 동생은 매일 집에서 아기랑만 씨름중이다. 엄마발길도 뜸해지고 나도 마친가지. 한동안 그랬더니 요즘은 통화만 하면 죽는 소리다. 사람이랑 대화를 하고 싶다는 둥, 달달한 커피가 마시고 싶다는 둥, 맛난 디저트가 먹고 싶다는 둥, 밥을 좀 밥처럼 먹고 싶다는 둥. 참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먹고 싶은 것도 많다. 그래서 아기 낳기전에 해보고 싶은것 맘껏 다 해보라 충고했었는데 자기는 아기 데리고도 다 할 수 있을것 같다 큰소리 치더니 저러고 있는거다. 오늘은 아침부터 전화를 하더니 지 서방 월차라 아기 봐준다고 잠깐 바람쐬고 오라 그랬다며 빨리 오란다. 서방이랑 나가랬더니 그럼 아기도 같이 가야하는데 그건 싫단다. 언젠 아기 데리고도 잘 할 수 있다더니만.. 동생이 오늘 꼭 먹고싶은게 있다며 ..